'4월23일' 바뀐 아이, 굶어 죽은 뒤 미라로 변했다

천금주 2021. 4. 1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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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추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4월 24일쯤 아이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렇게 바뀐 아이는 엄마에게 버려진 뒤 굶주림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 이후 아이의 시신은 폭염 속에서 방치되면서 빠르게 미라로 변했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파헤쳤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지난 2월 10일 경북 구미에서 3세 여아가 미라 상태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신고자는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외할버지였다. 22살인 아이 엄마 김모씨는 재혼을 하면서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났다. 김씨의 전남편이자 아이의 친부는 “김씨의 외도로 이혼했다”며 “아이는 아이의 엄마가 키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김씨가 키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은 “백골 정도는 아니었고 상체 쪽은 괜찮았다”며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체는 벗겨져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어 “발견 당시 아이는 안방에 엎드린 채 누워 있었다”며 “6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이의 시신이 상당 부분 보존돼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도 “부패가 덜 된 굉장히 드문 미라화된 상태”라며 “몸의 수분이 다 증발해 부패가 진행되다가 멈춘 상태”라는 소견을 밝혔다. “내부장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명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다만 CT에서 골절이나 이런 흔적이 없어 아사의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돌연 아이의 외할머니인 석모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혹시 몰라 채취한 DNA검사 결과 아이의 생물학적 친모는 석씨였다. 그러나 석씨는 자신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석씨의 남편과 친모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자매인 것으로 드러나 김씨도 석씨가 임신한 모습을 본 적 없다며 DNA검사의 오류 가능성을 주장했다. 아이 친부 역시 “김씨가 아이를 낳을 때도 옆에서 지켰다. 아이가 바뀌었다면 울음소리도 달랐을 거다. 보람이는 계속 보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NA검사 결과의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임시근 교수는 “친자일 확률이 친자가 아닐 확률보다 99.999% 높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석씨가 혼외 관계에서 낳은 아이를 산부인과에서 손녀와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경찰서 수사관은 “혈액형에 대해서는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아이의 친부는 AB형, 김씨는 BB형, 아이는 친부와 김씨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형이다. 산부인과 관계자는 “병원에서 바뀔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은 2018년 3월 30일 태어난 아이의 행적을 담은 사진과 영상자료 5000여 점을 입수했다. 이를 분석하며 아이의 귀 모양에 집중했다. 출산 직후부터 4월 말까지 아이의 귀 사진을 골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분석한 결과 동일했다. 특히 3월과 4월에 찍힌 사진 속 인물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왼쪽 귀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전문가는 “귀의 모습이 4월 28일부터 귓바퀴가 펼쳐진 모양으로 바뀌었다”며 “태어난 직후 보면 왼쪽 귀가 접혀 있는데 이게 다르다 처음 사진과 동일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내놨다.

제작진은 4월 7일과 4월 28일 사이 아이가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다시 사진을 분석했다. 한 법영상 분석 전문가는 “신생아 때부터 4월 23일까지 동일 인물로 판단되지만 친부 집에 온 이후 단 하루 만인 4월 24일부터는 왼쪽 귀 모양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친부는 해당 사실을 전해 들은 뒤 “장모님은 운전도 못하고 절대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범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 아이를 바꿔야 하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 봤을 때 그 명분은 종교밖에 없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 박지선 교수는 석씨가 쓴 편지를 토대로 아이가 발견된 시점이 2월 8일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가족들이 공범이 아니냐, 가족들은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단체 대화방을 보면 정말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에게는 무책임성이 보인다. 김씨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그의 집 환경”이라고 했다.

김씨의 집은 쓰레기더미들로 쌓여 있었고 열달 동안 내지 않은 미납고지서와 함께 전기, 가스 등이 끊긴 상태였다. 죽은 애완견의 흔적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김태경 교수는 “쓰레기 집에 아이를 놔두고 자기는 나갔을 수 있다. 그럼 아이 또한 방치돼 무력화될 수 있다. 그걸 학습한다”고 했다.

김씨는 집을 떠나면서 마들렌 빵과 죽, 우유 몇 개를 남겨뒀다. 그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성호 교수는 “아사가 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아주 마른 경우, 기아사에 해당할 경우엔 건조, 즉 미라화가 좀 더 빨리 진행된다”며 “고온 환경에서 환기가 잘되고 습도가 낮아야 한다 그런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당시 강수량이 전혀 없고 34도, 33도가 지속됐다”며 “진짜 나쁜 사람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여름 아이가 더위와 씨름하고 있을 때 김씨는 재혼한 남편의 집으로 에어컨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지선 교수는 “아이를 자기와 현 남편, 재혼한 남편과의 관계에서 걸림돌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잘못이라고도 생각 안 하고 귀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아이의 사망이 중요한 사건”이라며 “근데 사망은 뒤로 밀어두고 할머니냐, 엄마냐, 이런 극적이 요소를 무분별하게 보도한다. 아이가 사망한 데 대한 책임에는 언론이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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