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년' 황소윤부터 18학번 정아람까지, 4.16 세대가 말하는 '7년'
[조혜지 기자]
▲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문화제 무대에 오른 밴드 새소년 보컬 황소윤 |
ⓒ 오마이tv 갈무리 |
밴드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씨는 1997년생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나이와 같다. 이른 바 '4.16세대'다. 그는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비대면 공연으로 진행된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문화제 무대에 올라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7년 전만해도 17살이었고, (피해자들은)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당시 제가 뭘 하고 있었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7년이 흘렀음에도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 10일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결과 및 법원 판결 규탄, 문재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 이행 촉구 청와대 촛불피켓팅'에 참여한 정아람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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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입구에서 18학번 학교 점퍼를 입고 선 1999년생 정아람씨도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옆 학교 친구들이 단원고에서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그 배를 타기로 예정돼있었다. 사고가 나서 첨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죽나' 했는데, 친구들이 그 배를 타기로 돼있었다고 하니 와닿았다. 어른들이 하는 말 잘 들어야 좋은 대학가고, 좋은 어른이 된다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탈출하고 학생들은 배 안에서 죽어가야 했다는게 큰 상처가 됐다"고 했다.
약 6주 전부터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대학생 모임을 통해 '기억 행동'을 제안한 1997년생 서형훈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일 전주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기억했다. 서씨는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또래 참가자 10여 명과 피케팅 자리를 찾으러 나서면서 "유가족 분들이 하는 싸움이 결국 유가족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 10일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결과 및 법원 판결 규탄, 문재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 이행 촉구 청와대 촛불피켓팅'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제일 왼쪽이 김지선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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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심해지는 '그만하라'는 멸시... "그만하고 들어가게 해달라"
▲ 고 임경빈 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10일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결과 및 법원 판결 규탄, 문재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 이행 촉구 청와대 촛불피켓팅'에 참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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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엄마는 이날 기자와 만나 "참사를 (간접적으로) 겪은 학생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질문이 '너무 화가난다'는 거다. 왜 진상규명이 안되냐고... 정말 미안한 마음이 느껴졌다"면서 "이 친구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예은아빠'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우리 아이들이 나서고 있다. 또래 친구들 '4.16세대'와 함께"라는 글을 남겼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더라. 예전엔 지나가면서 '아직도 하냐' 했는데, 이제는 불러 세워서 '아줌마, 아직도 해?' 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들도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부모들도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7주기를 맞이하며 그런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적어도 왜 이걸 하는지 만을 알아주시고, 우리 좀 그만하고 들어갈 수 있게끔 해달라고." -경빈엄마 전인숙씨
"광화문을 한 번 가보자 했다. 비판적으로 인식한 친구들도 직접 가서 보고 들으면 달라졌다. 나와 가깝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해 더 그런 것 같다. '동정에 휩싸인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이 문제가 내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서다. 그 배에 타고 있던 게 나이거나, 내 친구였다면. 그 생각을 한 번씩만 했으면 좋겠다." - 99년생 정아람씨
7주기를 맞아 정부와 시민들에게 세월호 유가족과 행사에 참여한 4.16세대가 공통으로 호소한 것은 공감을 통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었다. 새소년 보컬 황소윤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 잊지 않고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소년의 대표곡인 난춘(亂春)을 부르기 전 "이 곡을 쓰면서 세월호를 많이 생각했다. 직접 연관있는 곡은 아니지만, 따듯한 봄이 누군가에겐 어지럽고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 또한 그 봄을 늘 겪고 기억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만든 곡이다. 좋은 맘으로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렴구엔 "그대여 부서지지마, 바람 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이리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는 가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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