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사랑으로 변화되고 아름답게 성장하길"

유영대 2021. 4. 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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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역 열전]
김진석 목사
졸업예배 인도하는 김진석 목사.


금호연풍교회(담임목사 김에스더) 교육목사
청소년부, 청년부 담당

청소년부는 사역을 시작하면서부터 꼭 맡고 싶었던 부서였다. 나 역시 청소년 시기에 많은 방황과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잘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쉽게 길이 열리지는 않았다. 첫 사역으로 청소년부를 섬기고 싶었지만, 하나님은 아동부를 허락하셨다. 그리고 다른 교회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을 때에는 청년부를 맡게 됐다.

아이들과 댄스 배우는 모습.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결혼해서 자녀도 2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이제 청소년부를 맡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임 공채 때 교육 부서를 지원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역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마음을 접었다.

그러나 놀랍게 하나님은 청소년부와 청년부를 동시에 사역하도록 허락하셨다.

그토록 원했던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종족(?)이 청소년이라는 것을…. 아동부, 청년부보다 청소년 사역이 열매를 기대하기 훨씬 어려운 부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나의 경험과 열정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아무리 아이들을 보살피고, 사랑해도 사람을 바뀌게 하는 능력은 오직 복음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대하던 청소년 사역을 통해 나의 힘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과 함께 철저하게 나의 낮아짐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캠프에서 찬양하는 모습.


한국의 청소년들은 매우 특이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분명 청년이나, 어른들 못지않게 많은 중압감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다. 공부를 잘하면 잘해서 더 눌리고, 공부를 못하면 열등감에 눌리는 존재이다. 재능이 있어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재능이 없으면 왕따로 살게 되는 극단적인 존재이다.

몸은 계속 자라지만,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는 영성은 좀처럼 자라나지 못해서 세상 가운데 이리저리 휩쓸리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영적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항상 원했던 청소년 사역이었기에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주일 날 집이 멀어서 오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을 토요일 밤에 집에서 재우기도 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그냥 가르쳐 주고 입시 레슨도 해줬다.

2019년 4월 순복음부천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김진석 목사.


지금 생각하면 아내와 딸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들도 있었다. 한 번은 어떤 녀석이 자기 여자친구가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교회에서 하루 자게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말을 듣고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아이는 아내와 딸들과 집에서 자게 하고, 나는 그 녀석과 교회에서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은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사역자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역은 하지 않기를 권면한다.

A라는 녀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A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매우 많은 가정이 모자 가정이다. 그러나 A에게는 아버지의 부재 말고도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A의 어머니는 듣고 말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언어 장애가 있으셨다. 그래서 A는 항상 어머니를 모시고 동사무소와 병원 등을 다녀야 했다. 한창 자유롭게 놀고 싶은 나이에 계속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한 번은 급하게 A의 교회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와 크게 싸우다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장애의 스트레스를 담배와 게임으로 풀곤 했는데, A의 교복에 담배 냄새가 배어버린 것이다. 선생님에게 담배에 대해 오해와 추궁을 받은 일에 너무 화가 나서 어머니와 크게 다투었고, 끝에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칼을 뽑아 들었다고 한다. A는 그 순간 너무 무서워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집을 뛰쳐나왔다.

교회 예배당에서 벌벌 떨고 있는 그냥 둘 수 없어 결국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집에 데려왔다. 엄마를 감당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이 분명히 감당할 힘도 주실 거라고 격려하면서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

삽화=국민일보 그림창고.


다음 날 A와 함께 집에 갔다. A는 엄마가 무서웠지만, 그 누구보다 엄마에게 자신이 가장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 몰라서 어머니에게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잘 말씀드렸다.

감사하게 하나님이 어머님의 마음을 만져주셨고, 얼마 뒤에 어떤 재단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귀를 수술을 받게 되셨다. 수술이 잘 돼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들으실 수 있게 되었다.

A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집안 형편이나 성적으로 봤을 때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대학을 준비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괜찮은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길 원했다. 선생님을 모셔가면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따로 준비시켰고, 간절히 기도하며 수시를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너무 속상했다. A가 특성화 학교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다시 한번 열심히 기도했다. 놀랍게도 지원했던 그 학교에 정시 합격을 했고, 지금은 취업을 준비하는 3학년이다. 어느 날 A가 학교를 가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소식을 듣고 그 녀석을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에 데려갔다.

병원에 가는데 눈물이 났다. 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서류를 작성하는데, 보호자 관계란 애 부모도 친인척도 아닌 목사라고만 적혀있었다. 항상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던 녀석이 부모도, 친척도 아닌 교회 목사 손에 이끌려 응급실에 왔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얼굴도 모르는 A의 아버지가 호적상 정리되지 않아 생긴 이런저런 문제를 위해 법원에도 가고 변호사도 만났다. 또 최근에는 장기임대 전세문제로 동사무소를 다녀왔다. 내가 사랑이 넘쳐 한 일들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사랑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예수님은 A를 이렇게 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 일들이었다.

지금도 A는 아주 가끔 교회에 나온다. 그러나 언젠가 이 부족한 목사가 예수님의 사랑으로 자신을 도왔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알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자신처럼 예수님의 사랑이 필요한 어떤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것이라 믿는다.

청소년 사역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특히 청소년들이 예수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 줬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기대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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