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김태현 사건 일단락..사이코패스 분석은 계속
전날 검찰 송치.."뻔뻔하게 눈뜨고 숨쉬는 것 죄책감"
경찰, 스토킹 살인 결론..연락 차단에 배신감 느껴 범행 결심
사이코패스 분석 결과 검찰에도 제공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검찰에 넘겨지면서 이 사건은 우선 마무리됐으나 그에 대한 여죄 수사와 사이코패스 성향 분석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프로파일러 4명이 김태현을 면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그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하고 있다. 분석이 끝나면 이 결과를 검찰에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태현이 또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이 있었는지 등 여죄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PCL-R(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을 통해 김태현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 리스트는 총 20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죄책감, 공감부족, 충동성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1 문항 당 0∼2점으로, 총점은 0∼40점이다. 피의자가 문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아니다'는 0점, '약간 그렇다'는 1점, '그렇다'는 2점을 받게 되며 총점이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은 이 체크리스트에서 29점을 받았으며 연쇄살인범 강호순·이춘재 등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날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서울북부지검에서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와 면담한 이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사건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 배당됐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노원경찰서는 전날 오전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사건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일주일 전부터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의 직장 근무 일정을 확인하는 등 범죄를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인근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퀵서비스 기사를 사칭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 이후 자해를 시도한 뒤 음료를 마시고 다시 자해를 하는 등 반복해서 극단적 시도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범행 이후 A씨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 자신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A씨와 나눈 대화를 확인하고 이들을 수신차단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큰딸 A씨가 이후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아서 화가 났고, 배신감을 느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만남을 거부한 이후에도 그는 지인을 통해 문자를 보내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등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경찰은 같은 달 25일 피해자의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숨진 세 모녀와 자해를 시도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했었고 이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지난 2일 체포됐다.
김씨는 전날 검찰에 넘겨지면서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뻔뻔하게 눈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면서 "저로 인해 피해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느냐',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표정 변화를 거의 보이지 않고 마치 준비된 대본을 읽는 듯 비교적 덤덤하게 질문에 답변했다. 양팔을 잡고 있는 경찰에게 "잠깐 팔을 놔달라"거나 취재진들을 향해 "일일이 답변을 못 드릴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질문에 답변하면서 취재진을 둘러보거나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 요청에 잠시 동안 마스크를 내리기도 했다. 김씨는 답변 도중 잠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듯한 행동도 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크게 동요하거나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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