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의 이인삼각] '로또의 저주' 같은 선거

데스크 2021. 4.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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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정책적 실패 4년 동안 눈감아 줘
문정권, '국민 갈리치기'..오만과 내로남불, 포퓰리즘에 중독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로또(Lotto) 같은 거금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한 인생을 산다는 연구가 있다. ‘대박을 쫓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해체된다. 이혼이 먼저다. 고통은 함께 나누지만,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은 다양한 중독에 빠진다. 마약, 술, 섹스 등에 빠지고 결국 인생은 만신창이가 된다. 갑자기 엄청난 부가 생겼는데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써야 할 줄을 모르게 된다. 당연히 불안하고,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의존증’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찾아오는 행태가 낭비다. 엄청난 재산을 흥청망청 탕진하고 알거지가 된다. 전형적인 스토리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딱 이렇다. <민주당>은 바로 1년 전에 역대급 승리를 했지만, 이번에 믿기 힘든 참패를 당했다. 어떤 이들은 ‘<국민의힘>이 잘해서 투표한 것이 아니라’라고 강조하지만(그들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를 찍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마찬가지다. ‘원래 투표는 되게 하기보다 응징하기 위한 것’이란 말도 ‘내로남불’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민주당도 잘한 것 없이 4연승 했다. 4연속 로또에 당선된 것이다. △2016년 총선은 청와대와 여당의 막장 싸움에 신물이 난 국민이 이를 응징하기 위해 상대편 민주당을 지지해서 승리한 선거다. 어부지리로 국회 권력을 장악해 탄핵의 기반을 만들었다. △2017년 대선은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무너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걸식’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8 지방선거 압승도 탄핵의 여운과 야당의 지리멸렬로 손쉽게 승리했다. 이 또한 자신들이 경쟁력을 입증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1, 2 도시 서울과 부산에서 보궐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질 정도로, 함량 미달의 후보들을 공천했음이 뒤늦게 증명됐다. △지난해인 2020년 총선은 한마디로 ‘코로나19 선거’였다. 그전 해에는 ‘조국 사태’ 등으로 광화문 광장이 넘쳐났고 국민 불만도 넘쳤지만, 코로나 불안이 이 모두를 삼켜버렸다. 정말 로또 같은 승리였다.


청와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석권한 민주당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로또 한번 당선되기도 어려운데 연달아 당첨되고 모두가 칭찬 일색이니, 인격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의 행태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정책적 실패를 4년 동안 눈감아 주었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 집권 세력은 로또에 당첨된 철없는 사람들의 길을 똑같이 걸었다.


먼저 가족해체다. 집권 세력에게는 ‘통합’이 사명인데 국정을 ‘국민 갈리치기’로 일관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에 대한 홀대는 ‘4연속 로또 당첨’이 초래한 오만 때문이다. 갈라치기의 대상은 정치권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언론과 사정기관, 심지어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까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장악하고 자신들의 사병으로 삼았다. 이에 반발하는 모든 국민과 세력은 다 역적이고 패륜아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필연적으로 사회 전체로 퍼졌다. 서로 증오하고 상대를 죄악시했다. 사회갈등이 극대화된 것이다. 세대 갈등, 성 대결 등 모든 구조적인 갈등이 아우성치듯 세상을 덮어 버렸다.


다음은 중독이다. 오만과 내로남불, 포퓰리즘에 중독됐다. 이런 중독에 비하면 술과 마약은 귀여운 정도다. 주변에서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성을 내고 멱살잡이를 했다. ‘중독’이 종국적으로 폭력에 이르는 것과 통한다.


결국 낭비로 모든 재산을 탕진한다. 엄청난 재산이 일순간이 사라지는 것은 희귀한 일이 아니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180석의 국회 의석이 권력의 원천이었다. 여기서 비롯된 권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은 견제 없이 독점해 왔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만고의 원리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무리 강한 권력도 십년가기가 힘든데,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권이 5년이면 그나마 축복받은 결과다.


많은 중독자가 한번은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러면 안 되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인간의 의지’보다 ‘관성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번 패배로 충격에 싸여 잠시 뒤돌아볼 것이다. 반성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은 아니다. 속으로 억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여권의 대선 구도는 이제 단순해졌다. ‘강성 문빠’들은 힘을 잃었다. 원래 실체가 없는 군중심리였다. 이에 기댄 문재인 대통령도 힘이 빠지긴 마찬가지다. 당연히 친문 인사 대선후보도 등장하기 힘들어졌다. 남은 여권 후보는 이재명 지사 뿐이다. 야당에 권력을 넘겨주느니 위험하지만, 통제만 된다면, 이재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용인할 수밖에 없다.


역시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섰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만들었던 노회한 정객이 다시 등장할 타이밍이다. 그는 원래 이재명 지사에게 우호적이었다. 당 대표 시절 문제가 될 때마다 이 지사에 대해 선처를 주도했다. 문재인 정권 핵심도 이해찬 전 대표가 보증하면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경쟁력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선후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갈 때 국민이 정권교체로 생각했던 것처럼 착시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거의 유일한 돌파구다.


문제는 야권이다. 만약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선거전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선거를 지원했다면, 이번 승리의 개선장군은 이론의 여지없이 윤석열이었을 것이다. 이제 압도적인 승리를 한 <국민의힘>은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입지를 좁힌 것이다. 활기차진 만큼 위험 요소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바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의 합당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안철수 포비아(phobia)는 이미 비밀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명예롭게 물러나겠지만 유훈은 남는다. 비대위원들이 남아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겠지만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뻐서가 아닌데 작은 승리를 했다고 기고만장해서 당내나 진영 내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격’이 된다. ‘로또의 저주’는 돌고 돈다. 저주가 야권에 돌아오면 나라가 망한다. 제발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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