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이고도 승승장구한 '금수저'..30년 쫓은 엄마의 단죄
살인죄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고도 3개월 만에 교도소를 나와 공산당 지역 간부까지 오른 중국인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현지시간) 바투 멩게(47)라는 이 남성을 둘러싼 스캔들이 공개되면서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전했다. 살인을 저지른 데다 선고받은 형기를 채우지 않고도 공산당원으로 승승장구하기까지의 과정에 84명의 중국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가 얽혀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바투는 내몽골에서 자랐다. 살인을 저지를 당시 18살이었다. 피해자는 같은 내몽골 지역에서 살던 20살 청년이었다. 1992년 지역 법원은 바투에게 1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3개월 만에 교도소를 나왔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그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 바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았다. 보건 당국 관리인 어머니와 교육부 관리였던 삼촌이 뒤를 봐줬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공식적으로 석방됐다. 어머니와 삼촌의 요청을 받은 병원 고위급 관계자가 사기 진단서를 발급해준 덕분이었다. 이 과정에는 3명의 교도소 관리, 2명의 법원 당국자와 내몽골 천바얼후 지역의 공산당 사무차관 등이 추가로 관여했다.
2010년에는 공산당원으로도 가입했다. 당서기 타오 다오의 지시를 받은 관계자들이 바투의 과거 행적을 지워줬다. 바투는 타오의 비호 아래 지역의 한 작은 마을 인민대표회의 대리에 이어 2012년 천바얼후 지역 인민의회 대표에 선출됐다.
하지만 바투는 결국 2018년 법원에 다시 섰다. 29만위안(약 4900만원)을 횡령한 혐의였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0만위안(약 3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여기에 더해 15년 전 불법 탈옥 이후 그가 살지 않은 살인죄 형기까지 소급적용했다.
어떻게 된 걸까. 바투를 다시 심판대에 세운 것은 30년 전 그의 손에 살해당한 청년의 엄마였다. 한 지(74)의 집요한 신고에 중국 당국이 조사에 들어가면서 법원이 그가 과거에 살지 않고 빠져나온 모든 형을 살게 한 것이다.
그리고 바투의 비정상적인 행적에 고위 관리 8명을 포함해 총 84명의 중국 관리들이 연루돼 있었다는 사실에 여론은 분노했다. 지역 경찰과 법무부는 연루 공무원 중 54명이 중벌에 처해졌고 20명은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은 10명은 조사 전에 사망해 처벌할 수 없었다.
30년간 그를 쫓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20살도 되기 전에 바투에게 살해당했다"면서 "이 살인자가 마을 촌장과 인민대표의원이 될 수 있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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