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장?.. 현대미술계 총아 마이클 딘 한국 첫 인사

2021. 4.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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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빚은 것 같은 기둥이 서 있다.

거기 덕지덕지 붙은 것들이 영 이상하다.

흙기둥은 태어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인간을 은유하는 조형물일까.

깎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들, 녹슨 철골 골재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축물 잔해들, 비닐과 종이, 동전. 이것들은 하나같이 흙덩이와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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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캇 컨템포러리 '삭제의 정원'展


흙으로 빚은 것 같은 기둥이 서 있다. 거기 덕지덕지 붙은 것들이 영 이상하다. 형체를 알 수 있는 흰색 덩어리가 있는가 하면, 갖가지 동작의 아이 손이 초록 잎처럼 무수히 달려 있다(사진). 흰색 덩어리는 인간의 뼈 같고, 손은 어린 생명을 비유하는 것 같다. 흙기둥은 태어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인간을 은유하는 조형물일까.

영국 조각가 마이클 딘(44·사진)이 국내 첫 개인전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다. 딘은 세계적인 국제 미술행사인 독일 뮌스터조각프로젝트에 2018년 초청받은 현대미술계의 총아다.


전시 제목은 ‘삭제의 정원’. 갤러리에 들어서면 재활용 쓰레기장을 방불할 정도로 잡동사니가 즐비하다. 깎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들, 녹슨 철골 골재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축물 잔해들, 비닐과 종이, 동전…. 이것들은 하나같이 흙덩이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는 현대 산업 사회의 유산이 새 씨앗을 품고 소생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정원으로 보인다.

그가 만든 조형물은 대부분 바닥에 누워있으나 급기야 신작에선 직립한 인간처럼 서 있다. 조형물의 바닥에는 거대한 혀가 발처럼 붙어서 조형물이 서 있도록 받쳐주는 구실을 한다. 혀가 발 노릇을 하는 이 기이한 형태를 통해 작가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최근 방한한 작가는 “혀는 입 밖으로 나와 말이 되기 전에 언어가 발화하는 장소”라며 “말이 갖지 못하는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입안의 근육”이라고 말했다. 이성이 만든 근대 산업사회의 유산을 바닥에 내던져 놓은 작가는 이렇게 혀, 즉 가장 섬세한 몸의 언어로 새로운 봄을 열어가자고 주장하고 싶은 거 같다. 5월 30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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