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러시아 백신 '러브콜'.. 우리 정부는 '신중'
러시아 정부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해외 각국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효능·안전성 문제로 인해 대부분 국가가 도입을 검토하지 않았으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백신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존 백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도입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아직까진 신중한 모습이다.
◇'스푸트니크V', 임상 3상서 효과 91.6%… 유럽·브라질 등 관심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국내 도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이 바이러스 벡터를 통해 항원 단백질을 체내 전달한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달리 상온보관이 가능하며, 접종 가격은 1회당 약 10달러 수준이다. 당초 러시아 정부가 임상 1·2상 결과만으로 사용을 승인하면서 효능·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으나, 지난 2월 국제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된 임상 3상 결과를 통해 높은 수준의 효능(91.6%)·안전성을 입증하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임상 대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인종·연령이 포함됐으며, 대체로 90%대 초반의 효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등증·중증 예방 효과가 100%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효능·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면서 해외 각국의 관심도 높아졌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최근 ‘스푸트니크V’ 개발·생산을 총괄하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백신 구매 협상을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수차례 현지 언론을 통해 스푸트니크V를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뿐만이 아니다. 이미 50개국 이상이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연일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가 늘고 있는 브라질과 유럽 일부 국가들도 최근 러시아 정부와 백신 구매·생산을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백신 부족 대안? 정부 "도입계획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백신 부족 현상과도 관련됐다. 최근 미국·유럽·인도 등 주요 백신 개발·생산국은 자국민 백신 우선 확보·접종을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도입한 일부 나라에서는 부작용 우려로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이 같은 이유로 기존 백신들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스푸트니크V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회사가 스푸트니크V 위탁 생산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국내 바이오기업 지엘라파는 RDIF와 스푸트니크V 국내 생산에 합의했으며, 실제 일부 물량을 생산해 해외 공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추가 생산·공급을 위해 국내 기관·회사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당장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하진 않더라도 백신 부족에 대비해 사전 검토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란셋에 게재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는 3상에서 91.6%의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그동안 3상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았지만, 새롭게 검토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사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확실한 검증을 위해 국내에서 200~300명 대상 소규모 임상을 추가 진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직까지 도입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말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한국 정부가 스푸트니크Ⅴ 백신 도입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공식적인 자료 제출 및 검토 진행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과 중국 시노팜 백신 등의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백신 인허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미 확보한 2~3분기 확보 물량 외에 스푸트니크 백신을 도입할 계획은 정부차원에서 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 중인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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