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앗아간 희망, HIS에서 다시 키운다

김아영 2021. 4. 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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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히즈유니버시티.. 개인과 가정 회복 돕는 '소나무 무상학교'
# 30대 후반의 전업주부 A씨는 지난해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양육하고 가사노동을 도맡으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를 겪었다. 남편이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해외지사 발령을 받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A씨는 하루에도 쉴 틈이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A씨는 자녀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날이 많았다. 그는 “자녀들에게 분노가 섞인 감정을 쏟으며 상처를 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 발달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는 40대 초반의 전업주부 B씨도 지난해 우울증에 시달렸다. 남편은 코로나19로 학원 운영에 직격탄을 맞자 스트레스로 심장질환을 앓았다. B씨는 딸과 남편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작은 일자리라도 찾고 싶었지만, 종일 딸 곁에 있어야 했다. 매달 늘어나는 빚에 부담을 느끼고 자녀양육으로 심신이 지친 B씨는 비용을 지불하며 상담을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

양은순 미국 히즈유니버시티 총장(왼쪽)이 2010년 대학원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히즈유니버시티 제공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독박육아’(혼자만 하는 육아) 등으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이들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히즈유니버시티(HIS University)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개인과 가정을 살리는 ‘소나무 무상학교’를 진행한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이해하도록 하고 가족과 이웃을 살피며 지역사회를 돕도록 지원하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양은순 총장은 최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정신 건강에 문제를 겪거나 이혼 가정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양은순 총장이 최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는 장면. 줌 캡처


그는 “그동안 대학교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분노와 쓴 뿌리를 이해한 뒤 회복을 경험한 학생들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수없이 목도했다”며 “무상학교를 통해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는 이들의 회복을 위해 돕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무상학교 가능

무상학교는 지난해 11월 한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양 총장은 “매달 대학교 운영비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정도 되는데 그 정도 후원금이 들어왔을 때 무상학교가 가능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소식을 들은 재학생과 동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십시일반으로 6만 달러(약 6700만원) 후원금을 모금했다. 양 총장은 “모금 기간이 오래 걸리면 무상교육 시행도 더뎌질 것 같았다”며 “그동안 들어온 후원금을 바로 사용해 학생들에게 교육 혜택을 주자고 대학 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다음 달부터 무상학교 정규교육 과정을 시작한다. 입학한 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3학점짜리 필수과목 두 개 ‘기독교 결혼과 가정 상담’(학부) ‘기독교 상담과 심리치료’(석·박사)가 개설되는데 각각 50명씩 100명의 학생이 수강할 수 있다. 양 총장은 “선착순 모집에 현재 입학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철저한 서류심사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영향력 위해 대학교 설립
신은섭 히즈유니버시티 교수가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학교 강의실에서 ‘노인발달과 심리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는 모습. 히즈유니버시티 제공

한국 가정사역자의 대모로 불리는 양 총장은 사역단체 ‘홈(HOME)’을 통해 가정사역자들을 양성했다. 사역단체보다 대학교에서 가정사역자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사회에 더 영향력을 끼칠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1978년부터 대학 설립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는 한국의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미국에 갔다.

남편을 돌보던 중 그곳에서 만난 교육변호사를 통해 오랫동안 기도했던 비전이 현실화됐다. 대학은 2004년 캘리포니아주 정부로부터 학위 인가 승인을 받고 시작했다.

대학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가정사역 전공의 철학박사 학위 프로그램이 있다. 가정사역 전공 심리치료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석사과정을 영어는 물론 한국어로도 공부할 수 있다.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있는 대학은 설립 16년 만인 지난해 10월 미국 교육부 산하의 고등교육 기관으로 승인을 받았다.

양 총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장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온라인 기술 발달로 전 세계 학생과 의사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는 “비대면 수업은 학생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한다”며 “온라인 수업이 열리자 평소 우리 대학에 오고 싶어했던 학생들이 많이 입학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대학 운영비도 일부 절감했다”고 했다.

가정사역 학문, 모두에게 필요

그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가정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과 인간관계 등에서 성공했다 할지라도 가정에서 실패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그러나 자신과 가정, 인간관계 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우고 훈련받으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할 힘을 갖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을 다루고 가정을 회복시키는 가정사역 학문은 사역자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며 “이 사역을 위해 학교는 소나무에 물을 주는 농부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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