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언니 된 구미 20대, 본인이 친모 아닌 것 받아들여"

김정석 2021. 4.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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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방청 신청 몰려..혐의는 대부분 인정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여아의 친모가 아닌 언니로 드러난 B씨의 첫 재판이 열린 9일. B씨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모 남편 "하나인 아이를 언론이 둘로 만들었다"
경북 구미에서 3세 여아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에 대한 첫 재판이 9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진행됐다. 재판에서 이 여성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 아사(餓死)하게 만든 잔인성뿐 아니라 경찰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48)가 친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재판정에 선 A씨의 딸 B씨(22)는 숨진 아이의 엄마가 아닌 언니인 셈이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연녹색 수의를 입은 B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한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B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복지법 위반 등 4개 혐의에 대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 아이가 숨질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출산이 임박해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를 홀로 원룸에 남겨두고 나와 숨지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수당을 받았다.

9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앞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관련 재판을 앞두고 시민들이 방청 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천=김정석기자



"A씨 친모라는 사실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
공소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재판 방향을 설정하는 첫 재판이어서 변론은 약 10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재판은 다음달 7일 오후에 열린다.

재판을 마친 뒤 B씨 측 변호인은 “B씨는 예전부터 아이를 남겨두고 집을 2~3일씩 비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2~3일가량 집을 비우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출산 등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보름 이상 집에 못 들어가게 됐고 이후에는 무서워서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의 친모가 자신의 어머니인 A씨로 드러난 데 대해서는 “B씨는 언론 보도와 수사 등을 통해 A씨가 친모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현재는 어쩔 수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재판에는 취재진과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몰려 방청권 추첨을 해야 할 정도였다. 법원은 B씨 가족 외에 취재진 8명과 일반인 8명을 추첨해 방청 기회를 부여했다. 이날 방청권을 얻기 위해 일반 시민 20여 명이 몰렸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방청 신청을 한 장수지(33·구미시)씨는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의미로 방청 신청을 했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서 어떻게 자식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앞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관련 재판이 열린 가운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가해자들에 대한 강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천=김정석기자



"아동학대, 가해자 강력한 처벌 촉구"
B씨의 아버지이자 A씨의 남편인 C씨도 방청을 하러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C씨는 “집사람(A씨)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며 “아이는 하나밖에 없는데 언론들이 기사로 애를 둘로 만들었다”고 보도에 항의했다.

법원 앞에서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미 여아 사망사건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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