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방역에 가슴 쓸어내린 헬스장, 예비 부부들도 조마조마
"다시 문을 닫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이제 좀 할만해 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거리 두기가 유지된 만큼 방역에 더 신경 쓰려고 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모(32)씨는 9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씨 같은 실내 체육시설 관계자 사이에선 "조금 할만해 졌는데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갈까 봐 조마조마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코로나 감염자가 늘어나며 4차 유행 조짐이 보이자 지난 3차 대유행 당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휴업이 떠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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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유행에 "집합금지 우려"…예비부부도 걱정
이들은 지난 1월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가 업종별로 달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체육 시설인 태권도장과 밀접 접촉하는 네알 아트는 일부 영업이 허용됐지만, 헬스장과 필라테스 교습소 등은 금지됐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 강사 A(28)씨는 "4차 유행 이후 지난번(3차 유행)처럼 일부 실내체육 시설이 집합금지 대상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9일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20여명이 줄면서 다시 600명대가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확진자가 671명 늘어 누적 10만8269명이라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오는 11일 끝내려던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다음 달 2일까지 연장했다. 수도권과 부산의 유흥주점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인 집합금지 조처를 내렸다.
일단 기존 거리 두기 단계가 유지됐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700명 안팎을 넘나들면서 5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걱정도 커졌다. 30대 예비신부 B씨는 "다음 달 2일까지 지금의 조치가 연장됐지만, 그 이후의 결혼식이 걱정"이라면서 "코로나 확산이 심해질까 봐 걱정도 되고, 하객의 안전도 걱정이 돼 참석 인원 수를 줄일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식을 미루거나 예식 진행 관련 문의가 다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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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올리기 머뭇거릴 때 확진자 늘어나 우려"
거리 두기 단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정부가 '핀셋방역'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릴 때는 저항이 커 어렵게 올렸다. '핀셋 방역'은 땜질 대응에 가깝다"며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머뭇거릴 때 확진자가 늘어나고 지역사회 고위험군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이어 "거리 두기 단계 기준을 바꾸려고 하고 정해진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기준에 맞춰 일관된 거리 두기를 제대로 실시한 뒤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방법이 낫다"면서 "4차 유행이 더 길어지고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려면 더 강력한 반발을 마주해 방역의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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