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1] 코스닥 입성 앞둔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이후를 말할 때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세계적인 게임사로 떠오른 크래프톤이 한번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대우 등 주관사 5곳을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 추진을 본격화했으며, 조직 전체를 통합법인과 독립 스튜디오 형식으로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채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과 펍지 스튜디오의 비개발 조직을 통합 법인으로 합치고,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맡 고 있는 펍지 스튜디오, 지난해 엘리온을 출시하며 주목받은 블루홀 스튜디오, 피닉스와 딜루젼스튜디오를 합친 라이징윙스, 해외 법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로 구조를 개편했으며, 펍지 스튜디오를 이끌어온 김창한 대표를 크래프톤 통합 수장으로 앉혔다.
한국거래소의 발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8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해, 몇 달 내로 상장 소식이 확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매출을 살펴보면 코스닥 상장은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미 2018년에 매출 1조를 넘어섰고, 2019년에는 1조87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매출 1조 6704억원, 영업이익 773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매출은 3N보다 약하지만, 영업이익은 넷마블을 넘어 엔씨소프트에 근접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과는 배틀그라운드 PC, 콘솔 매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PC와 콘솔은 배틀그라운드 판매량 감소로 인해 각각 2649억원, 295억원으로 2019년 대비 대폭 감소했으나 모바일 매출이 1조341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렇게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코스닥 상장까지 앞둔 덕분에 현재 장외 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주가는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대세 게임으로 떠오른 2018년 당시보다 더 폭등해 주당 23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5:1로 액면분할을 결정한 상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엄청난 성장 덕분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불안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라인업을 위해 연합 구조를 만들었지만, 배틀그라운드 IP에 집중된 수익 구조가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연합 중 배틀그라운드를 맡은 펍지 외에는 대부분 적자 상태이며, 테라M을 개발한 스콜은 결국 폐업조치됐다. MMORPG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는 블루홀 스튜디오는 지난해 말 출시한 엘리온으로 한달만에 100억 매출을 달성하긴 했으나, 배틀그라운드보다 더 많은 공을들인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또한, 지난해 말 중국과 인도의 분쟁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자랑하던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이 있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버전 제작을 발표하고, 인도 시장에 1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등 인도 시장 재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엄청난 수익의 배분 문제로 인한 불만도 크래프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요소다. 배틀그라운드에 성과가 집중되다보니, 역대급 매출에도 불구하고 회사 구성원들이 만족할만한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를 포기하고, 근무조건 개선에 나선 다른 게임사와 달리 주52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근무조건에, 사실상 대기발령이나 다름없는 리부트셀 문제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실제로 고용노동청은 2019년 크래프톤과 피닉스에 장시간 근로, 취업규칙 미 신고, 휴일 근로 등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시정지시를 내린 바 있다.
결국, 크래프톤은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개발직 2000만원, 비개발직 1500만원 일괄 연봉 인상을 발표했으며, 최근 300억 규모의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했다. 신입 역시 신입 대졸 초임의 경우 연봉을 개발직 6,000만원, 비개발직 5,000만 원으로 각각 책정했으며, 대규모 공채를 진행중이다. 다른 업계와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이기 때문에, IT업계들도 핵심 개발진을 지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을 발표할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이다.
또한, 많은 불만이 있었던 리부트셀 대신 챌린저스실을 새롭게 설립해서 스스로 프로젝트나 팀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김창한 대표와 시니어 PD들이 직접 참여하는 ‘PD 양성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것이 직원들의 불만을 완벽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상장 후 스톡옵션까지 고려하면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효과적으로 상처를 봉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크래프톤은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다수의 인재를 확보하고, 배틀그라운드를 뒷받침할 새로운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공개된 게임 중에서 올해 출시가 확실시 되는 게임은 크래프톤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로 사전예약 한달만에 500만명을 넘길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탄탄한 매출을 자랑하고 있기는 하나, 이번에 인도와 중국의 분쟁으로 인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위험요소가 있는 만큼, 크래프톤이 직접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크래프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텐센트가 개발을 담당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달리 자체 개발이라 수익 배분이 없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뉴스테이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완전히 대체해도 좋고, 두 게임이 공존해도 좋다. 현재 공개된 그래픽 수준으로 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저사양 스마트폰 시장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가 고사양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가 그려진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와 별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버전도 개발을 진행 중이며, 콜오브듀티, 데드스페이스 등으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를 영입해 만드는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더 게임어워드2020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함께 공개된 탑뷰 시점의 슈팅 게임 썬더 티어 원, 배틀그라운드 핵심 개발자 브랜든 그린이 만들고 있는 프롤로그 등도 있다. 현재 신규 채용 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콘솔 시장을 노린 실사풍 3D 액션 RPG 프로젝트도 새롭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2022년으로 출시를 예고한 상태이고, 썬더 티어 원은 지난해 말 첫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만큼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게임들도 아직 출시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크래프톤의 코스닥 입성 시기에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상장 이후 크래프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든든히 버티는 상황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와 엘리온 북미, 유럽 진출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내년 이후에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프롤로그 등 야심작들이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것이 최적의 그림이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실패하면서, 배틀그라운드 외 다른 게임 개발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긴 했지만, 파격적인 연봉 인상 뿐만 아니라 개발자 출신 성공 신화를 쓴 김창한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으니, 올해는 좀 달라진 모습이 기대된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코스닥 상장과 더불어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크래프톤의 지분 관리 측면에서는 약간의 위험 신호가 관측되기는 한다. 작년만 하더라도 상장을 앞두고 철저한 지분관리 작업을 통해 우호 지분 포함 30% 이상의 탄탄한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정승혜씨 등 주요 주주들의 매각 등을 통해 우호 지분이 낮아졌으며, 반대로 텐센트의 지분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장병규 의장이 16.43%로 최대 주주이긴 하나, 텐센트 지분이 15.52%로 올라서면서 차이가 1% 이내로 줄어들었으니,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연합사 대표들이 이탈하면 바로 최대 주주가 변경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벨리즈원 유한회사,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 등 우호 지분이 있기 때문에 경영권 자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상장 이후 주식이 시중에 풀리게 되면 텐센트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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