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on세리에] 콘테가 안 쓰는 테크니션, 만치니가 대신 살렸다

김정용 기자 2021. 4. 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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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 센시(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소속팀에서 고전하는 선수를 대표팀에서 대신 살려낸다는 건 실현하기 힘든 일이다.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탈리아는 3월 말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3전 전승으로 C조 선두를 달렸다. 북아일랜드,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상대로 모두 2-0 승리를 거뒀다. 유럽 전체에서 무실점 전승은 이탈리아와 덴마크 둘뿐이다.


만치니 감독은 25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기록을 따라잡았다. 리피 전 감독은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를 통해 "기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원대한 목표를 향해 팀이 발전 중이라는 점이다. 공격적인 마인드를 갖췄고, 더 중요한 건 경기의 질이 높다"고 칭찬했다. 다음 목표는 이탈리아 역대 기록인 비토리오 포초 감독의 30경기 무패다.


3경기 중 상대가 약체였음에도 특히 어려웠던 경기가 1일(한국시간) 치른 리투아니아 원정이었다. 잔디 상태가 매우 나빠서 이탈리아가 원했던 짧은 패스와 공격 축구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승리의 주역은 스테파노 센시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페데리코 키에사와 함께 교체 투입된 센시는 단 2분 뒤 선제골을 터뜨렸다. 마우로 로카텔리가 뒤로 내준 공을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센시는 앞선 불가리아전은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선발 출장해 68분을 소화했다. 만치니 감독은 무려 30명을 선발해 다양한 선수를 테스트하는 와중에 센시의 자리를 충분히 마련했다. 뛸 때는 코너킥 전담 키커도 맡았다. 불가리아전에서 두 팀 통틀어 최고인 패스 성공률 93%, 공 탈취 1회와 가로채기 2회 등 고루 좋은 기록을 남겼다.


센시는 이번 시즌 인테르 소속으로 겨우 1경기 선발 출장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다. 교체로 12경기에 투입되면서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유지했지만 선발로 뛸 자리가 없었다. 역할이 겹치는 니콜로 바렐라에게 완전히 밀려 있었다. 두 선수 모두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활동량과 기술로 공수 양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이며,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겸비한 메찰라(mezzala)다. 인테르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코파이탈리아에서 모두 탈락하고 세리에A만 치르면 되기 때문에 바렐라 한 명으로 충분했다. 더 공격적인 경기를 원한다면 바렐라와 센시를 동시에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구상에는 없었다. 지난해 영입된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느라 센시의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센시는 오히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이번 시즌에만 3회 선발 출장하며 인테르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열린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1골,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1골을 넣으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센시는 '라이 스포츠'를 통해 "대표팀 경기는 늘 정신적, 신체적으로 내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바렐라와 센시의 동시 기용이 가능하다는 걸 만시니 감독이 인테르에 보여준 셈이 됐다. 불가리아전에서 두 선수가 나란히 선발로 뛰었는데 이때 바렐라가 메찰라를 맡고, 센시가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포지션을 옮겼다. 리투아니아전 후반에 센시에 이어 바렐라까지 교체 투입되면서 28분 동안 두 선수가 함께 뛰었다. 이때는 로카텔리가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뒤를 봐 주고 센시와 바렐라가 나란히 메찰라로 배치됐다. 센시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는 바렐라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나란히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탈리아는 핵심인 마르코 베라티를 비롯해 로렌초 펠레그리니, 마테오 페시나까지 다양한 조합을 시험했다. 아탈란타의 주전 미드필더로 올라선 페시나가 지난해 11월 A매치 데뷔에 이어 이번 소집에서도 선발 출장 기회를 잡으며 가용 폭이 넓어졌다.


센시의 활약을 본 콘테 감독도 바렐라와 동시 투입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8일 사수올로를 상대한 세리에A 경기에서 비교적 이른 후반 14분에 센시가 교체 투입됐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빠지고 센시가 투입돼 바렐라와 공존했다. 두 선수가 함께 뛰는 동안에는 바렐라가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이동하고, 센시가 메찰라를 맡았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득점 상황에서 바렐라가 기점 패스를 하고, 센시가 마르티네스 옆에서 나란히 문전 침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센시가 인테르에서 계속 상승세를 탄다면 유로 본선 합류도 꿈이 아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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