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2%'인데 백신여권?.. "방역 무너질 수도"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4. 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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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신 접종 증명' 도입 방침에 찬반 격론
정부가 ‘백신여권’ 도입을 추진하면서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백신여권’ 도입을 추진하면서 도입 실효성과 부작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 안전과 일상 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함께 백신여권 도입이 백신 접종 강요와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신 접종 증명하는 백신여권, 일상 회복 가능할까

백신여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다. 코로나19로 1년 이상 공공장소 출입과 여행·출장 등을 위한 해외방문이 제한되면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한해 이 같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전 세계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백신여권이 도입될 경우 집단 면역 형성 전까지 여러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우선 백신여권 도입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해외 방문이 재개된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과 장기간 해외출장이 불가능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어온 직장인·사업자들이 백신여권 도입을 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관련 업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해외 방문과 함께 출입이 제한됐던 일부 시설 또한 이용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종자에 한해 특정 장소 출입이 가능해진다면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생긴다. 학교나 기관, 의료시설 등 공공장소들이 대표적이다. 건물 내 상주하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모두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서 공간에 머물 수 있다. 혜택을 얻기 위해 백신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백신 접종률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백신여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올해 초부터 관련 준비를 시작해,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접종 사실을 증명할 시스템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며 “이달 안에 공식 개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하는 백신여권은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앞서 질병관리청은 백신접종 사실을 확인할 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예방접종 증명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백신 여권이나 그린카드를 도입해야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에서도 접종 여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되, 개인정보는 일절 보관되지 않도록 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접종률부터 높여야”

정부가 ‘이번 달’이라는 구체적인 시점까지 언급했으나, 아직까진 백신여권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백신여권 도입으로 인한 효과보다는 미접종자에 대한 백신 접종 강요, 미접종에 따른 차별, 의료 기록을 비롯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정부가 도입하는 애플리케이션 형태 ​백신여권은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해도 백신여권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이유로 백신여권 도입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청원인은 “사회적 논의도 없이, 아무런 견제·감시도 없이, 정부가 국민들 모르게 기술을 개발 시작·진행·완료했다”며 “국민 모두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 기술과 정책에 대한 윤리적·기술적 기준을 마음대로 정하고, 도입 여부와 시기와 방법까지 다 결정한 다음 앱 개통·배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6일에 게시된 이 글은 3일 만에 동의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 또한 현재로써는 백신여권 도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백신여권이 면역 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데다,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효능 기간과 이에 따른 백신여권 효력 기간이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여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외방문이나 공공시설 이용이 자유로워진다면, 오히려 또 다른 전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아직 접종률이 2% 수준에 머무는 우리나라에서 백신여권 도입 추진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백신여권 도입을 논하기에는 아직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며 “해외 사례를 이유로 드는데, 접종률이 60%를 넘어선 이스라엘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물량이 부족하고 백신 접종 시스템도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른 감이 있다”며 “접종 시스템이 완비되고 접종률이 올라왔을 때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간담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백신여권)도입 단계가 아니라고 했고, 미국도 여러 부작용이 있어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세계적으로도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백신을 많이 접종한 나라도 접종률이 30%인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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