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별 수면 관리③] 여성의 수면은 남성과 다르다
중년 여성의 수면 관리
여성의 수면은 남성의 수면과 다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은 잠귀가 밝고 예민하며, 자주 깬다고 토로한다. 수면 시간이 짧고 잠이 없는 편이라고 하는 경우도 남성보다 더 많다. 실제 불면증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비율이 4배 이상 많다. 여성의 일주기리듬 주기는 남성보다 짧아서, 한 시간 더 일찍 자고, 한 시간 더 많이 잔다. 각성 역치가 낮아서 사소한 자극에 쉽게 깨고, 감정상태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반면 객관적인 평가도구인 수면다원검사나 액티그래프로 여성들의 수면을 평가해보면,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면의 질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인다. 수면 시간, 수면 효율, 수면 잠복기(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모두 주관적 술회보다 더 좋다. 즉, 여성은 자신의 수면을 실제보다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생리 주기에 따라 수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데, 폐경 전 여성의 약 18%에서 배란기 또는 생리전증후군의 일환으로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를 겪는다.
여성은 임신, 육아, 폐경이라는 매우 극적인 생리적 변곡점을 거치면서 수면장애가 발생하거나 악화된다.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불면과 과다 수면이 반복되고, 임신 중기로 진행해 체중이 늘면서 야뇨, 코골이, 수면호흡장애, 하지정맥류가 발생해 수면을 방해한다. 자려고 누우면 다리가 불편해 움직이게 되고 불면을 악화시키는 하지불안증후군 위험이 2.4배 증가하기도 한다. 출산 후에는 아이와 함께 자면서 수유를 하거나 아기의 기척에 자주 깨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시간도 줄어 늘 피곤하다.
하지만 임신이나 육아를 경험하는 시기는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서, 그 시기만 지나가면 잘 자게 된다. 문제는 40대 중, 후반부터 시작되는 갱년기다. 여성의 만성불면증은 갱년기부터 시작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여성의 폐경은 만 49세 전후이며, 약 50%에서 안면홍조, 두근거림, 다한증, 우울감, 요실금 등의 신체 증상을 경험하고 불면증도 발생한다.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고 꿈이 많아지고 아침에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 당연히 낮 동안의 활동에 지장이 많아진다. 집중도 안 되고 짜증만 늘어난다. 체중도 증가한다. 기혼자의 경우 남편, 자식, 시댁, 친정, 금전적 고민과 같은 가족의 문제가 겹치면서, 가족을 챙기느라 나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된다. 몸의 여러 곳에서 통증이 시작되고 불안, 초조, 우울과 같은 기분장애가 동반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억력까지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이 급격한 감소로 인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이 시작돼 추가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고, 수 년 후 골다공증까지 이어져 골절의 위험도 높아진다. 갱년기와 폐경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성의 인생 최대의 위기가 된다.
갱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행복한 노년기로 넘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폐경 전 여성들이라면, 30대부터 운동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갱년기의 신체증상이 적고 수면장애 발생 비율도 훨씬 더 적다. 운동을 미처 시작하지 못했고, 현재 갱년기 증상과 불면을 겪고 있더라도 괜찮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운동의 생활화라는 뜻은, 일상에서 틈틈이 시행하는 스트레칭, 가벼운 전신운동, 외출은 가능한 걷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이동하기를 의미한다. 반드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생활 속 운동이 습관화되면, 점차 운동의 시간과 강도를 늘려 가기를 권고한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시행한다는 것이다. 신체활동이 늘어나면, 수면장애도 줄고 기분도 좋아진다.
갱년기 신체증상이 심하다면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기를 추천한다. 호르몬 처방 전 유방과 산부인과 검사를 시행하여 위험요인 여부를 확인 후 전문의와 상의해 본인에 맞는 호르몬을 복용해야 한다. 적극적인 운동과 호르몬 치료에도 불구하고 수면장애가 지속돼 주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수면클리닉을 방문해 불면증의 원인에 관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폐경 후 여성에서는 수면호흡장애,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적 다리 떨림증과 같은 수면질환이 동반돼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시중에서 유행하는 수면보조식품, 수면보조기구 중에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면밀히 살펴서 구매하는 게 중요하며, 기저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 불면증의 종류에 따라 수면제 혹은 진정안정제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수면 전문의의 관리 하에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불면을 극복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검증되지 않은 대체약품 혹은 식품에 의존하는 경우, 더 큰 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여성 수면을 위한 건강 수칙
1. 본인의 수면에 대해 긍정하기
2. 가족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
3. 운동을 생활화하기
4. 여성 호르몬의 도움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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