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김시우 15번 홀의 악몽..마스터스 1R
김시우는 선두 달리다 칩샷 호수에 빠뜨려
임성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1라운드 14번 홀까지 이븐파를 쳤다. 그린이 딱딱하고 빨라 지난해보다 매우 어려운 조건인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스코어였다.
파 5인 15번 홀 그의 티샷은 아주 좋았다. 임성재는 2온을 노리고 우드로 샷을 했다. 그린 앞 물을 의식해서인지 여유 있게 클럽을 잡았다. 공은 그린을 넘어갔지만 괜찮은 라이에 멈췄다.
임성재는 신중하게 세 번째 샷을 했다. 잘 친 샷 같았다. 공은 그린에 멈추나 싶더니 내리막을 타고 스멀스멀 다시 구르기 시작해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도 역시 그린에서 멈추나 싶더니 역시 스멀스멀 굴러 물로 들어갔다. 임성재는 7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고 2퍼트로 9타를 쳤다. 파 5홀에서 4오버파 쿼드러플 보기였다.
마스터스 15번 홀에서 악몽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마스터스에서 날씨 때문에 그린이 매우 부드러웠고 더스틴 존슨은 20언더파라는 역대 대회 최저타 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임성재는 15언더파로 공동 2위를 했다.
코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조직위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앙갚음을 하려는 듯 코스를 어렵게 세팅했다. 최근 날씨가 건조해 그린이 더 딱딱하게 말랐다.
연습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는 동반자인 프레드 커플스에게 다섯 차례나 "이렇게 그린이 딱딱하고 빠른 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커플스는 다섯 번 모두 “없었다”고 답했다.
임성재는 쿼드러플 보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5오버파 공동 72위로 밀렸다. 참가 선수는 88명이다.
15번 홀의 악몽을 겪은 선수는 더 있다. 김시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김시우는 14번홀까지 3언더파 공동선두였다. 파 5인 15번 홀에서 티샷을 309야드 날렸다. 219야드를 남기고 아이언으로 2온을 시도했다.
그러나 임성재처럼 물을 의식해 여유 있게 친 듯 하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었고 15야드 칩샷은 내리막 그린을 타고 50야드를 굴러 물에 빠져 버렸다. 김시우는 호수를 건너서 다섯 번째 샷을 했다. 내리막 칩샷보다 오르막 샷을 하는 게 낫다는 의도에서다.
김시우는 60야드 샷을 1.2m에 붙였고 1퍼트 보기로 마감했다. 김시우는 다음 홀에서 보기를 했고 1언더파 공동 8위로 마무리했다.
2019년 디 오픈 우승자인 셰인 라우리도 15번홀 그린 뒤 칩샷이 서는 듯 하더니 내리막을 타고 물에 빠져 보기를 했다. 베른트 비스베르거는 이 홀 내리막 이글퍼트가 물로 들어가 역시 보기를 했다.
15번 홀은 마스터스에서 수많은 드라마를 만드는 아멘코너(11~13번 홀)가 아니지만, 사고가 많이 터지는 홀이다. 2018년 대회에서 전년도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5번 공을 물에 빠뜨리고 8오버파 13타를 쳤다.
322야드의 드라이브샷을 친 가르시아는 205야드를 남기고 2온을 시도했는데 물에 빠졌다. 가르시아는 벌타를 받고 앞으로 나가 웨지로 친 4번째 샷이 물에 들어갔다. 물 바로 앞에 있는 핀에 붙이려다 스핀이 걸려 굴러 내려왔다. 그는 세 번 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샷으로 물에 빠뜨렸다.
결국 12번째 샷은 방향을 바꿔서 안전하게 쳐 그린에 올렸고 1퍼트로 홀 아웃해 13타로 마무리했다. 가르시아는 “잘 못 친 샷이 하나도 없는데 물에 다섯 번이나 빠졌다”고 불평했다.
선두는 7언더파를 친 저스틴 로즈다. 7번홀까지 2오버파였는데 이후 버디 9개를 잡아 4타 차 선두다. 어려운 코스 여건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브라이언 하먼, 마쓰야마 히데키가 3언더파 공동 2위다. 패트릭 리드, 웹 심슨 등이 2언더파 공동 4위, 조던 스피스는 1언더파 공동 8위다.
지난해 우승자 더스틴 존슨은 2오버파 공동 31위다. 수술 부작용으로 무릎을 제대로 굽히지 못한 브룩스 켑카, 64세의 베른하르트 랑거도 2오버파다.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는 드라이버를 똑바로 못쳤고, 아이언 거리도 맞추지 못했다.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4오버파 공동 60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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