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백악관 미련..400만원 짝퉁 '결단의 책상' 샀다

박현영 2021. 4.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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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마러라고 집무실 사진 공개
'결단의 책상' 닮은꼴 책상 눈길 끌어
좌우엔 에어포스원·마린원 사진 액자
공식 사이트도 열어.."정치 재개 신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안에 마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 집무실 모습. 미국 대통령 전용인 ‘결단의 책상’과 비슷한 디자인 책상을 들여 놓았다. 벽에는 지난해 독립기념일 행사 때 찍은 사진 액자 2개를 걸었고, 책상 위에는 멕시코 국경 장벽 조각으로 만든 기념패 등이 보인다. [사진 스티븐 밀러 트위터]


퇴임한 지 두 달 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짧은 휴식을 끝내고 대중 앞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말 개인 웹사이트(45office.com)를 선보이더니, 최근에는 퇴임 후 사는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 안에 만든 개인 집무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밀러는 "조금 전 트럼프 대통령과 환상적인 회의를 마쳤다!"고 썼다.

트럼프의 이민정책 등 2016년 대선 때 핵심 공약을 설계한 '책사' 밀러가 트럼프와 함께 다시 '작업'한다는 메시지는 트럼프의 정계 복귀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킹메이커로 남으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사진이 올라왔다"면서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또는 모금행사를 위해 리조트를 찾는 정치인들과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을 한껏 벌리는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나무 책상에 앉았다. 책상 뒤로는 백악관의 황금빛 커튼 대신 창문 밖에 야자나무가 보인다. 전화기 뒤에 숨은 코카콜라 병같이 '트럼프다운' 디테일이 사진에 한껏 녹아 있다.

폴리티코는 전 백악관 참모 4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 어떤 기념품을 들여놓았는지, 그 물건들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세세하게 분석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 집무실 벽에 걸린 사진. 에어포스원이 백악관 상공 위를 날고 있다. [사진 플리커]


우선, 벽에 걸린 사진 두 장이 눈에 띈다. 둘 다 지난해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때 찍은 것이다. 왼쪽 사진에는 비행기가, 오른쪽에는 헬리콥터가 날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왼쪽 사진은 2020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인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백악관 인근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에어포스원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기내에 TV를 여러 대 추가로 설치하고, 에어포스원 상징인 하늘색을 바꾸려는 시도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 집무실에 지난해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 앞에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이 비행하는 사진을 걸었다. [사진 플리커]


오른쪽 사진은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러시모어 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때 찍은 것이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두상을 조각한 러시모어 산에 자신의 조각상이 추가되기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발 빠르게 트럼프가 포함된 러시모어 산 미니어처를 1100달러(약 120만원)를 들여 제작해 선물했다.

러시모어 산 앞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이 날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트럼프에게 에어포스 원과 마린 원은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있는 대통령 전용 ‘결단의 책상’과 닮은 디자인 책상을 들여놨다. 신문이 펼쳐져 있고, 전화기 뒤로는 코카콜라 병이 보인다. [사진 폴리티코]


대통령직에 대한 미련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있는 대통령 전용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과 똑 닮은 책상을 사들인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결단의 책상은 미국 대통령이 중요 문서에 서명하고, 외빈 등 손님을 맞는 자리다.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중국 부총리도 이 자리에서 접견했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 ‘결단의 책상’과 비슷한 디자인의 책상. 네티즌들은 가구 브랜드 ‘후커’의 3600달러짜리 책상으로 추정했다. [사진 트위터]


폴리티코는 대통령이 "141년 된 결단의 책상을 가져 나올 수는 없었지만 '후커 가구'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모양 책상을 장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육중한 대형 나무 책상을 음각 처리한 디자인이 얼추 결단의 책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트럼프의 새 책상은 24% 할인해 3600달러이며, 5월 말까지 품절이다. 의자는 트럼프가 뉴욕에서부터 쓰던 것을 백악관에서 사용하고, 다시 그것을 플로리다 집무실로 가져왔다고 한 참모가 전했다.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는 트럼프의 특징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공화당 주도로 조지아주에서 통과된 선거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 등 9개 기업을 보이콧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성명에서 "그들이 수그러들기 전까지 그 제품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독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 집무실 사진에 코카콜라병이 보인다. 트럼프는 코카콜라를 보이콧하라고 촉구했으나 정작 자신은 여전히 애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트위터]


하지만 정작 트럼프의 새 책상 위에는 절반 정도 마시고 남은 코카콜라 유리병이 놓여있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전화기 뒤에 콜라병 목 부분만 빼꼼히 나와 있다. 트럼프의 다이어트 콜라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책상 한가운데는 보수 성향 경제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활짝 펼쳐져 있다. WSJ을 포함한 유력매체들을 가짜 뉴스라며 몰아세우던 트럼프다.

그는 지난달에는 WSJ 논설위원실이 "나쁜 무역합의와 국경 개방, 끝없는 전쟁에 우리 노동자들을 팔아먹는 글로벌리스트의 정책을 옹호하고, 이름뿐인 공화당원(RINO)을 감싼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WSJ)은 그것밖에 안 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행히 이젠 아무도 WSJ 오피니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있는 '결단의 책상'에서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트위터]


정작 사진 속에는 조금 전까지 신문을 읽은 양 펼쳐져 있다. WSJ이 보수 성향 유력 신문이고, 폭스뉴스 사주인 루퍼트 머독이 경영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터 정치'를 상징하는 물건도 두 개가 보인다. 트럼프 왼손 쪽 책상 위에는 아이폰과 돋보기가 놓여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이폰으로 트윗을 올렸다. '키친 캐비넷'으로 불리는 최측근 참모들에게는 아이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트럼프는 돋보기 쓴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지 않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4년간 돋보기 쓴 트럼프 모습을 포착한 사진 기자는 몇 안 된다.

트럼프는 돋보기 쓰고 휴대폰 화면 보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주위에 사람이 있을 때는 직접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댄 스캐비노 소셜미디어 담당 참모가 적절한 트윗 표현 몇 개를 큰 글자 크기로 프린트해 보고하면 '결재'하는 방식을 썼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수행한 주요 업적을 기리는 기념품도 있다. 책상에는 멕시코 국경에 세운 장벽 조각으로 만든 기념패가 있다.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건 트럼프는 4년간 총 452마일 구간 중 80마일을 4년간 완성했다. 기념패에는 미국 국경을 지켜준 데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클레이 히긴스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에 선물한 포켓 나이프 함. ‘미국을 위해 복무한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사진 폴리티코]


책상 위에 놓인 나무상자에는 트럼프 이름과 대통령 문장(seal)과 함께 "미국을 위해 봉사한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란 문구가 각인돼 있다. 지난주 클레이 히긴스 연방 하원의원(루이지애나주)이 지역구에 있는 업체에서 제작해 선물했다.

상자 안에는 수제로 제작한 포켓 나이프가 있다. 설명서에는 "이 칼날은 우리 위대한 공화국을 보존하기 위해 날카로운 기술을 연마하고 대기하고 있는 1억 명의 강력한 전우들을 상징한다"고 적혔다. 2024년 대선 출마나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둔 듯한 표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7400만 표, 조 바이든 대통령은 8100만 표를 얻었다.

히긴스 의원은 ‘이 칼날은 날카로운 기술을 연마하고 대기 중인 1억명의 전우를 상징한다“고 썼다. [사진 폴리티코]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 뒤 테이블 위에는 군인들로부터 받은 부대나 군 조직을 상징하는 '코인'이 장식돼 있다. 오벌 오피스에서도 똑같이 놓여있던 것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 좋은 일만 하던 미국의 군대를 재건했다며 군 재정비를 주요 성과로 얘기한다.

코인 옆에 있는 흰색 머그잔은 대통령 문장이 새겨진 것을 가져왔다. 그 옆에는 자신의 미니 흉상을 세워놨다.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출처를 아는 참모는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 주니어, 이방카, 에릭 삼남매가 2019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도 집무실에 뒀다. [사진 폴리티코]


트럼프 대통령 왼쪽 뒤 테이블은 가족사진을 담은 액자로 꾸몄다. 트럼프에게 큰 영향을 미친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 턱시도 입고 있는 자신의 사진, 2019년 영국 방문 당시 주영 미국 대사 집에서 촬영한 돈 주니어, 이방카, 에릭 세 자녀, 멜라니아 트럼프, 어머니 메리 앤 트럼프, 막내아들 배런과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개인 웹사이트를 공식 론칭했다. '도널드 J 트럼프의 사무실'이란 이름의 웹사이트(45office.com)에는 재임 시절 사진 몇장과 간단한 소개가 있다. 향후 이 사이트가 트럼프와 외부를 잇는 컨택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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