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김주온, 지구 수명이 50년도 안 남았는데 주식 투자부터 한다고?

2021. 4.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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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이 기후 위기 시대의 해답일까? 인간이 만든 문명이 인간을 배반하는 시대, 활동가 김주온은 모두가 다른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활동가 김주온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들. 특히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기후 위기 시대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해줬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지 알려줬다.

코로나19로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최근 〈창작과 비평〉 봄호 대담 코너에서 시설에 사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짚었죠.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시설들을 아예 봉쇄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탈시설 권리가 떠올랐는데 한국에서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 거죠. 주거 공간과 함께 의료 서비스나 돌봄 인력을 같이 제공하면 이들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잖아요.

‘기후 위기’라고 하면 ‘지구온난화’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다층적인 문제가 있죠.

날씨만의 문제가 전혀 아니거든요. 먹는 것부터 시작해 삶의 방식 하나하나가 모두 문제가 돼요. 기후 위기로 인한 인프라 구축에도 정부의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가 생길 텐데, 그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커요. 화석연료를 쓰면서 사회가 바뀌고 기후 위기를 낳았는데 그 문명을 버린다면 삶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거잖아요. 전환 시대라고 하죠

안 그래도 SNS에 〈전환도시〉라는 책을 들고 찍은 사진이 눈에 띄던데요.

전 세계적인 석유 파동 이후에 영국에서 전환 마을 운동이 일어났어요. 토트네스라는 마을인데 교통부터 식문화까지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공동체예요.

우리나라에도 성대골마을 같은 에너지 자립 마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토트네스 마을의 아이디어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확산됐죠. 성대골마을에서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 외에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을 설치해요. 은평에도 전환마을 네트워크가 있어요.

그런 삶은 어쩐지 먼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친환경 제품을 살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비건 옵션이 많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있죠. 요즘 ‘친환경’이나 ‘제로 웨이스트’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이 우려되는 이유예요. 개인이 느리고 불편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평등이 보장돼야 해요.

2020년에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는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많아요.

‘뉴딜’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사회적 차원에서 새로운 합의를 만든다는 건데,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기존의 토건 산업이 자본을 장악해온 방식은 유지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통과됐잖아요? 그 시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와 상관없이 건설하는 것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이죠. 하물며 전기차 비율 확대와 같은 계획만 해도 그래요. 전기차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 아니잖아요. 공공 교통에 더 많이 투자하고 도시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꿔야죠. 자동차가 없는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더 많은 도로 건설이 필요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하물며 전기도 석유로 만드는 실정이니까요.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많아요.

살아온 몸의 관성을 바꾸는 게 어렵지만, 변화를 지향한다는 관점의 공유가 시작인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콕하면서 달고나 커피 같은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인 취미가 유행했잖아요. 다르게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놀이하듯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다들 노동을 좀 덜 해야 하고요.(웃음)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에 1·2위를 다투잖아요. 예전처럼 과도하게 생산하고 성장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혼자 고민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단기간에 나를 소진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모두가 점점 재난에 취약하고 빈곤해지는 상태를 걱정해요. 그렇다고 지금 주식 투자를 해서 자본을 늘리는 것이 해답일까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사람들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해요. 모두가 나의 언어로 기후 위기에 대해 얘기할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게 활동가의 일이고요.

운동이라는 건 뭉쳐야 시너지가 나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그러지 못하죠. 활동가 입장에서 아쉬운 적은 없었나요?

작년 말에 ‘기본소득 말하면서 기후 위기 말하기’라는 세미나를 계획했다가 온라인 진행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먼 지역에 계신 분도 참여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독일에 유학을 가서 기후 숲 조성에 관한 활동을 하는 분도 계셨어요. 기후가 변하면 지역의 수종도 변하잖아요. 그 기후에 맞는 단일 수종만 남는 거죠. 그래서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새로운 수종을 심는 프로젝트라 하더라고요.

그래도 어찌저찌 세상은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낙천적인 걸까요?

아뇨.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활동을 지속할 수가 없어요.(웃음) 절망적인 순간이 너무 많은데 유일하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예요. 인간이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해결하는 것도 인간이니까요.

Who?

▶활동가 김주온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BIYN) 소속 활동가, 사회 혁신 기관 씨닷(Connecting Dots)의 연구원. 모두에게 ‘자기만의 방’과 기본소득이 확보돼야 생태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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