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은 좀 그렇잖아" MLB 광고에..男女 모두 "한국서 성차별 받아"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2021. 4.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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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 쌩얼은 좀 그래

<앵커>

다음 키워드는 `쌩얼은 좀 그래`입니다.

<기자>

쌩얼은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말하는데, 제 쌩얼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쌩얼은 좀 그래`라고 언급한 한 브랜드에 성차별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준비했는데 "런드리 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고 돼 있죠.

<앵커>

모자를 파는 회사인가 보죠. 화장하지 않고 밖에 나가면 안된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광고 의도는 이 브랜드의 모자를 쓰면

화장하지 않아도 맨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도 화장을 해야 한다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됐죠.

댓글에는 "빨래방 갈 때 화장하는 사람이 어딨냐" "여자는 얼굴 들고 다니지 말라는 광고 잘 봤다" 이런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앵커>

여성은 화장 안하면 얼굴을 가려햐 한다, 확실히 성차별인데 이런 걸 당연하게 여겨온 부분이 우리사회에도 없지 않죠.

업체는 어떻게 대응을 했나요?

<기자>

이 브랜드의 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는데 사과문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광고를 삭제한 겁니다.

당연히 고객들의 항의성 댓글마저 게시글과 함께 사라져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지만 고객들 반응은 여전히 냉랭한 상황이죠.

그런데 사실 이런 성차별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올해 초 한 브랜드는 여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한

남성 고객 계정을 60일 이용 정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죠.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20% 할인쿠폰을 지급하면서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를 불매하겠다는 고객의 항의는 계속됐죠.

<앵커>

돈 쓰고 욕만 먹은 마케팅이네요.

<기자>

얼마 전 한 브랜드도 홍보 차원에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죠.

거액의 돈을 들여 여성용품을 대폭 할인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성차별 논란은 뜻밖에도 댓글에서 생겼습니다.

이 업체에 채용 면접을 봤던 지원자가 면접 과정에서 겪은 일을 남긴 건데요.

"여자들은 군대 안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거 동의하냐"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댓글은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고 결국 사장이 직접 사과문을 게재했죠.

<앵커>

실제로 이랬다면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금지돼 있죠.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채용 단계에서 남녀간 차별이 금지돼 있고,

용모나 키, 체중, 신체적 조건 등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벌을 줄 정도의 행위인가에 대해서 단정짓기 어려워,

남녀고용평등법이 존재감 없는 법으로라고도 불린다고 하죠.

실제로 2015년에서 2016년에 한 은행에서 신입사원 채용에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적게 채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벌금 700만원에 그칠 정도로 처벌을 한다 해도 수위가 매우 약합니다.

<앵커>

성차별이라는 인식은 있으면서도 정작 바뀌지는 않는다는 게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즘 소비자들 의식이 높아져서인지 잘못된 마케팅이 기업에 타격을 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기자>

네.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는 성차별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19~34세 여성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또 남성의 절반 가량도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죠.

앞서 설명 드린 기업들 모두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결국 소비자 불매운동을 불렀는데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ESG 열풍에 맞게

마케팅도 단순히 파격만을 중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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