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기억하다..40대부터 조향사가 되자

2021. 4.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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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후각 기능이 저하되므로 일상생활에서 향기를 맡고 기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산책이나 등산할 때 자연의 향기에 취해보자. 무엇보다 냄새가 좋고 나쁘다는 느낌을 떠나 어떤 향인지 기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체취다. 상쾌하고 은은한 향이 나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좋아진다. 반대로, 불쾌한 체취가 난다면 그의 건강 상태, 생활 태도가 의심되면서 업무 능력까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 들수록 후각 기능은 저하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구취와 체취를 맡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신과 주변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상쾌한 체취를 유지해야만 건강하고 우아하게 나이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40대부터는 조향사가 되어야 한다. 향수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향기에 관심을 가지고 후각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향기를 식별하는 습관을 들이자. 일상생활에서 향기를 말로 표현하고 기억하도록 노력해보자.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다. 중년에게 흔한 홍삼 냄새일지라도 눈을 감고 있으면 그것이 홍삼인지 단번에 답하기 힘들다. 그동안 홍삼의 향기를 맡으면서 ‘이것은 홍삼이다’라는 인지를 크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향기를 그저 좋다, 나쁘다 정도로만 구분해오고 있다. 향기를 자주 접할 뿐 아니라 무엇인지 인지하고 기억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후각을 위한 훈련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좋은 향을 수시로 맞자. 둘째, 특정 냄새를 맡고 기억해내는 훈련을 하자. 셋째, 냄새의 농도를 높은 것부터 낮은 것으로 희석하며 낮은 농도까지 향기를 인지하는 훈련을 하자. 농도를 희석하는 것이 힘들다면 물체와 코와의 거리를 멀리하면서 어느 거리까지 향기를 맡을 수 있는지 살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조향사와 달리 향기에 대한 노출 빈도가 적은 일반인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후각훈련을 하기 힘들다. 취미로 조향 공부를 하거나 향수를 만들어봐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향기를 만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려는 노력 정도로도 충분하다. 계절마다 나는 고유의 향기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맡아보도록 하자. 봄에는 라일락, 쑥 매화, 벚꽃 나무 등의 향기가 가까이 있을 것이며, 지금 마켓의 과일 코너는 딸기로 가득할 것이다. 특히 공원을 산책하거나 등산할 때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으니 잠시 멈춰 심호흡하며 주위 식물들의 향취를 느껴보자.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세상이 준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보는 것. 이는 후각 훈련뿐 아니라 마음에 평안도 줄 것이다. 단, 자연에서 향기를 흡입할 때는 알레르기, 감염 등을 경계, 거리를 두고 손바닥을 이용해 은근히 체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향기가 좋고 나쁘고를 넘어서 무슨 향기인지 기억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세세하게 향을 구분하기 힘드니, 계열별로 구분해 기억해보자. 예를 들어 꽃향기, 침엽수림 향기, 과일 향기 등으로 나눠 그 차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피해야 할 후각 자극도 있다. 우리가 악취라고 부르는 불쾌한 냄새다. 악취로 인해 발생하는 후각 신호는 변연계에 속하는 사상 하부를 통해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에 영향을 주고 편도체에도 영향을 주는데, 향기와는 달리 불쾌한 느낌과 두통, 현기증을 유발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불면증이나 만성 두통도 올 수 있어 악취는 되도록 멀리해야 한다. 동일한 물질이라도 농도에 따라 악취와 향취로 나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물유래 천연 향료 중에서 무스크향, 영묘향, 해리향은 농도가 높으면 악취가 되고, 낮은 농도로 희석되면 향취가 된다.

특정 향기를 맡을 때마다 두통이 생긴다면 천연과 합성의 구분 없이 그 향기는 피해야 한다.

나이 들면서 일반적으로 체취가 심해지는데, 대응법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향수를 사용해 체취를 마스킹하는 방법, 즉 좋은 향취로 기존 냄새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체취를 없애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다. 평소 적절한 운동과 목욕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시키자.

[글 김은미(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쉬]

[참고 및 도움말 『향기치유 콘서트』(박찬익 저 / 조윤커뮤니케이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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