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강소기업] (22) 주가 3배 뛴 루트로닉..레이저기기 65개국서 '엄지척'

박수호 2021. 4. 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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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적자, 하반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냉온탕을 오간 상장사 루트로닉의 지난해 재무 성적표다. 표면적으로 루트로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155억원,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강소기업이라고 보기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하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루트로닉은 코로나19 악재로 지난해 초반만 해도 고생이 심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5% 줄어든 442억원, 영업손실만 5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하더니 4분기에는 매출액 39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 18%를 돌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루트로닉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대비 각각 30.4%, 176.4% 증가한 1493억원, 246억원으로 추정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해외 수출 비중이 70% 이상인 루트로닉. 고가 장비 개발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사진 속 인물은 창업자 황해령 회장. <루트로닉 제공>

▶루트로닉 어떤 회사?

▷피부과용 레이저 기기 국산화 선봉

창업자는 황해령 회장이다.

교포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레이저사업 관련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레이저 시스템즈 미국 레이저기기 기업 아시아 지역 마케팅 담당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돌연 귀국을 결정했다. 의료용 레이저기기 시장에 눈을 뜨면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국에서 발휘하기 위해서였다. 루트로닉이 생기기 전까지 한국에서 쓰이는 모든 레이저 의료기기는 외국산이었다. 1997년 창업했는데 당시 문제는 한국 경제 상황이었다. 황 회장은 창업하고 얼마 안돼 IMF외환위기가 왔다. 보유하고 있던 집을 팔아야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안 좋았다.

결국 자본금이 바닥났으나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보증기금의 지원을 받으면서 레이저 신제품 개발에 성공,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흔히 피부과에 가서 점을 빼거나 여드름을 치료하거나 제모, 리프팅 등을 하는데, 그럴 때 쓰는 장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시행착오는 많았다. 국산 레이저 장비를 구매하려는 곳이 없어서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황 회장이 직접 제품 시연은 물론 AS까지 다녔다. 그런 뚝심으로 결국 국내 의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는 국내 대부분의 대학병원에 들어가게 됐고 국내 의료용 레이저 기기 시장 1등 회사로도 대접받는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동시에 진행했다. 처음 수출을 시도한 곳은 대만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든다니까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도 없었다.

황해령 회장은 “지속적으로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내고 그림과 사진도 보내니 와서 한번 보자는 제안이 왔다. 현지 바이어는 실제 제품을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첫 수출이 성사됐다. 지금은 전세계 65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유명 피부과에서 루트로닉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2006년엔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피부과용 에스테틱 레이저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가 최근에는 안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영업이익률 높은 비결은?

▷고가 제품 판매 비중 증가

흑자전환은 물론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크게 보면 장기 연구개발 투자 결실, 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 증가, 적자 자회사 흑자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루트로닉은 주력 수출처인 미국, 유럽 시장에서 현지 회사와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2017년부터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기를 개발하고자 많은 투자를 했다.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를 통해 고가 제품군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레이저 기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자 두 가지 이점이 생겼다.

일단 중저가 제품에서 고가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종전에는 4000만원대 중저가 제품이 주력이었으나 2019년 ‘지니어스’란 제품을 내놓으면서 대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고가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익률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지난 3년간 투자가 끝나면서 비용이 줄어들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3년간의 투자 활동이 끝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 들었다’라고 표현한다.

실제 루트로닉은 2017년부터 3년 간은 판관비 중 인건비, 연구개발비가 전년 대비 20% 이상씩 증가했다. 그런데 2019년을 끝으로 인력확보는 마무리됐고 지난해부터는 영업에 집중하면서 인건비 증가 없이 매출만 늘어나는 결과가 됐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루트로닉 경쟁력이 높은데 현지 시장의 니즈에 맞게 연구개발한 결과가 좋았다. 더불어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현지기업 합종연횡 과정에서 주요 세일즈 인력을 유치하게 된 점도 영업이익률 개선에 큰 힘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2017년부터 미국 외 다른 지역 진출을 위해 현지 자회사를 많이 설립했는데 3년차에 접어들면서 해외 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 혹은 적자폭을 크게 줄인 점도 영업이익률 개선에 기여했다.

더불어 소모품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루트로닉의 신제품 지니어스(GENIUS), 울트라(ULTRA), 아큐핏(ACCUFIT) 등은 이전 제품과 달리 모두 소모품을 계속 써야 하는 모델이다. 이는 추가적인 소모품 매출로 이어진다. 소모품 마진(매출총이익률 기준)은 70~80% 정도 되는 만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약점은 없을까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낮아

오히려 의료강국인 한국에서 루트로닉 상품군이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변수다.

루트로닉 제품은 여타 국산 제품보다 시장에서 비싼 편으로 인식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다. 더불어 해외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에 좀더 치중하다 보니 국내실정에 맞는 제품 출시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더불어 최근 신제품은 소모품 비중이 높지만 여전히 전체 제품에서 소모품을 써야하는 제품 비중은 전체의 20%가 안 된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쟁사가 소모품 있는 제품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개선 여지가 많다. 신제품 출시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계절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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