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췌장암'..갑작스러운 황달·당뇨·체중 감소 땐 의심
‘2002년 월드컵 신화 주역’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이 위독하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다행히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가 투병 중인 ‘췌장암’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유 감독은 2019년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임을 밝힌 뒤 활동을 중단한 채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대중에게는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또 배우 故 김영애 씨가 앓다가 세상을 떠난 병으로도 유명하다.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췌장(이자)이 몸 깊은 곳에 위치해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변 장기와 인접해 전이는 쉽다.
췌장은 이자액 등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다.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낼 때 원활한 음식물 분해를 돕고,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겨난 종양을 말한다. 췌장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은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췌장은 머리·몸통·꼬리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췌장암 대부분은 췌장 머리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이상 증상은 복통과 황달이다. 갑자기 당뇨병이 생기거나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암이 전이돼 복강신경총을 침범하는 경우 배와 등이 동시에 아플 수 있고 간에 전이돼 담도를 막으면 황달을 일으킨다. 췌장 꼬리 쪽에 암이 생기는 경우에는 등 쪽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현재 췌장암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를 비롯해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초음파 검사, 전산화 단층촬영(CT), 복강경 검사, 내시경 초음파 검사(EUS) 등 다양한 검사법이 사용되지만 선별 검사로 확립된 검사는 아직 없다. 다행히 최근 의학 기술 발달로 췌장암 진단 정확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올해 2월 김영수 서울대 의대·장진영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개발·발표한 췌장암 혈액 검사 기술은 정확도가 93%에 달한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주요 국가에 특허 출원 상태이며 상업화도 진행 중이다.
췌장암 완치를 위해서는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암이 췌장 머리 부분에 발생했을 때는 췌장 머리, 십이지장, 위, 담낭과 담도 일부분을 절제하고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종양 위치에 따라 췌장 전체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췌장 역할을 대신할 소화 효소제와 인슐린 투여가 필수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는 전이가 없더라도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재발이 높아,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도 수술 전 선행 항암 치료로 재발률을 낮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3호 (2021.04.07~2021.04.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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