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이슈분석] 함소원 남편 누가 재벌이라고 했나

데스크 2021. 4. 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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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원 인스타그램

함소원 남편이 정말 재벌 맞느냐는 논란이 뜨겁게 일어났다. 시댁이 재벌 아니라는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함소원은 ‘가족만큼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가족이 도마에 오른 함소원의 처지가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가족을 방송에 등장시켜 인기를 누린 데에 따른 책임도 있다. 단순한 연예인 사생활 논란이 아니라, 방송의 진실성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재인 방송이 국민을 속였다면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함소원 가족의 관찰예능에 조작 의혹이 잇따라 나타난 것엔 당사자인 함소원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다른 주체들의 책임도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 문제가 된 재벌이라는 부분이 그렇다. 함소원이 먼저 시댁이 큰 농장을 한다고 했고, 남편이 사업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벌이라고 하진 않았다. 2018년 방송에서 함소원은 남편과 시댁이 재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사, 방송사들은 재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처음엔 함소원 시댁이 재벌이라고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남편까지 재벌이라고 했다. 그렇게 언론이 재벌이라고 하고 이번엔 재벌설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북치고 장구까지 치는 것이다.


박수홍 빈털터리 논란도 비슷하다. 박수홍은 자신이 빈털터리라고 한 적이 없다. 언론이 그런 스토리로 보도했다. ‘100억원을 잃었다, 30년 동안 번 돈을 모두 잃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것이 박수홍 형 측에서, 박수홍이 빈털터리가 아니라며 박수홍의 재산 내역을 폭로하는 빌미가 됐다.


박수홍 형 논란이 터진 첫날엔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박수홍이 ‘100억원 또는 모든 돈 잃었다’는 의혹을 인정한 것처럼 오인돼, 모든 매체가 그런 내용을 보도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에 ‘100억원 피해는 사실이 아니고 박수홍에게 자산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 보도내용을 수정해야 하는데도 많은 매체들이 여전히 ‘100억원 피해 빈털터리’ 스토리를 보도했다.


애매한 내용보다 ‘거액 잃어, 모든 돈 잃어’ 이런 식의 극단적인 스토리가 보다 쉽게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무시한 보도가 이어졌는데, 함소원 남편과 시댁이 재벌이라는 방송과 보도도 비슷한 이유로 나왔을 것이다. 자산이 어느 정도 있다는 내용보다 재벌이라고 하는 게 훨씬 자극적이다.


우리 언론이 연예인 관련 숫자를 보도할 때 자극적으로 부풀리는 건 고질적인 관행이다. 중소기업 매출 수준을 재벌이라고 하거나, 매출을 수익이라고 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된 보도를 해왔다. 이런 관행이 함소원 남편, 시댁 재벌 보도로 이어졌을 것이다. 애초에 빌미를 제공한 함소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그걸 재벌설로 발전시킨 언론, 방송에도 책임이 있다.


제작진도 문제다. 프로그램 속에서 여러 조작 의혹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는데, 과연 그런 방송들을 함소원이 혼자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까? 프로그램이 함소원의 시댁을 통큰 중국 부자 캐릭터로, 남편은 젊은 부자 캐릭터, 함소원은 짠순이 캐릭터로 그리는 과정에서 예능 특유의 과장된 설정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함소원 논란엔 함소원, 언론, 방송, 제작진 등이 모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지금 현재는 너무 함소원에게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느낌이다. 함소원과 더불어 제작진도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


사실 설정은 예능의 일반적인 작법이긴 한데, 리얼리티를 내걸면서 설정을 하니 조작 논란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한 프로그램만의 일이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 제작진들 모두가 돌아볼 문제다. 그리고 언론, 방송도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인 관련 보도에 자극적으로 과장하는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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