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교회 해법.. 교회 뒷문 막고 단속? 성찰과 반성부터!

2021. 4.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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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교회와 가나안 교인 현상에 대한 선교적 대응 <하>
영국의 새로운 교회 운동(FX) 성도들이 지난 2017년 6월 영국 웨스트던 켄싱턴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국민일보DB


탈교회 현상은 새로운 교회 운동으로서뿐 아니라, 기존 교회들을 반성케 하고 갱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를 떠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연구를 하는 앨런 제이미슨은 이들을 ‘환멸을 느낀 추종자들’ ‘성찰적 유배자들’ ‘전환적 탐험자들’ ‘통합적 구도자들’이란 네 유형으로 나눈다.

우선 ‘환멸을 느낀 추종자들’은 원래 수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다가 교회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개인적 실망과 분노로 교회를 떠난 이들이다. 이들은 신앙 자체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의존적 신앙생활을 했다가 교회를 떠난 뒤에는 아예 교회로부터 멀어지거나 성찰적 유배자들이 되기도 한다.

‘성찰적 유배자들’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고민과 회의를 던지고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다. 신앙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신앙이 자기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고민하며 교회를 떠난다는 면에서, 이들은 환멸을 느낀 추종자들과는 다르다.

‘전환적 탐험자들’은 새로운 신앙이나 종교의 유형을 찾는 이들이다. 이들은 성찰적 유배자들과 비슷한 신앙의 고민을 했지만, 처음부터 새로운 대체 신앙을 능동적으로 찾는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은 통합적 구도자가 되거나 아니면 뉴에이지나 불가지론 같은 다른 신념 세계로 들어가기도 한다.

‘통합적 구도자들’은 교회와 신앙에 대한 친화성에서는 환멸감을 느낀 추종자들과 비슷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는 면에서는 전환적 탐험자들과 비슷하다. 이들은 더 온전하고 합리적인 신앙을 찾아 나서는데, 성찰적 유배자들이나 전환적 탐험자들이 이 유형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같이 교회를 떠나는 이들의 유형과 동기는 다양하며, 이들의 탈교회적 여정 또한 일률적이지 않다. 교회의 관행에 실망한 이들이 있는 반면에, 신앙 본질에 대한 의문으로 떠나는 이들이 있다. 기독교를 떠나서 다른 길을 찾는 이들, 그리고 대안적 신앙 공동체를 찾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탈교회와 가나안교인 현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존 교회들은 떠나는 이들에 대한 민감한 이해를 통해 교회의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을 복귀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탈교회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는 새로운 교회의 길을 모색할 여지를 줘야 한다.

한동안 구도자에 민감한 교회같이 교회에 관심을 두는 불신자들을 위한 사역 모델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떠나는 이에게 민감한 교회가 돼야 할 교훈을 반추해야 할 상황이다. 단순히 교회의 뒷문을 막으라는 관리 단속 차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동의 상황에서 복음이 재해석되고 교회의 사역이 적절한 틀로 변모되기 위함이다. 제이미슨은 떠나는 자에게 민감한 교회 사역을 위한 여섯 가지의 구체적 지침을 밝힌다.

첫째, 사람들이 신앙의 의문과 의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 사람들이 신앙에 대한 불만과 고민을 표출할 수 있게 하라. 둘째, 여정의 신학을 제공하라. 신앙은 구원의 확신 이후에도 평생에 걸쳐 지속하는 과정이다. 여정에는 고통과 방황도 포함된다. 셋째, 신앙에 대해 답답해하는 이들을 정죄하지 말고 지지해주라. 신앙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표현하는 이들을 정죄하지 말고 많은 이들이 신앙의 갈등 여정을 지나왔음을 알려줘야 한다.

넷째, 다른 신학적 이해의 모델을 제공하라. 현재 교회의 신앙 전통이 절대 기준이고 그 기준을 벗어난 탐구와 의심은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다섯째, 율법적인 신앙보다 정직한 신앙생활의 모델을 제공하라. 그리스도는 자유케 하시는 복음을 주셨건만 너무나 많은 교회는 금기와 법칙을 강요하고 있다. 여섯째, 감정과 직관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느끼는 바를 하나님 앞과 회중 앞에서 숨기는 습관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공예배 중에도 하나님 앞에서 탄식하고 절규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탈교회 현상에 대한 반성적 이해는 기존 교회에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습과 관행에 익숙해 신앙의 깊고 오묘함, 복음 사역의 진정성을 가로막은 점에 대해 치열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다면 말이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2004년부터 급속한 교회의 쇠퇴에 대응해 예전과 성직 중심 체제를 벗어나는 ‘새로운 교회운동’(fresh expressions)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이 운동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고, 거의 유일하게 실질적인 전도와 교회 성장을 이루고 있다. 기존교회 사역과 탈교회 사역은 동반자로서의 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떠한 교회이든 교회 존립을 위해서는 불변하는 기초가 있다. 초대교회의 교부인 이그나티우스가 했던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교회가 있다”는 선언이다. 탈교회 시대의 새롭고 창의적인 선교적 교회 사역이라 할지라도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 절대적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 그의 사역을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과, 우리는 그와의 연합을 통해 그의 사역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정신적·도덕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델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계시고 역사하셔서 그의 교회를 세우는 분이시다. 탈교회, 혹은 가나안교인 현상을 영어로는 ‘de-churched’(교회로부터 이탈된)로 표현하곤 한다. ‘탈’을 의미하는 영어의 post는 ‘이탈’(de-)을 뜻할 수도 있지만, 이전과의 연속 선상에서 갱신과 성숙을 의미하는 ‘후기’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탈교회에 관한 논의가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교회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하는 ‘de-churched’가 아니라, 기존의 통념적 교회를 극복하며 일상에서 복음을 새롭게 표현하고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를 더 생생하게 경험하는 ‘post-churched’(후기 교회) 운동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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