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화같은 부산행 SRT 추격전..역마다 내려 CCTV 뒤졌다
지난달 11일 건장한 남성 5명이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부산행 수서고속철(SRT)에 탑승했다. 이후 부산역까지 가는 동안 2~3명씩 짝을 이뤄 동탄, 오송, 대전 등 정차하는 모든 역에서 내렸다가 다음 열차를 다시 타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서울 광진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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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일회용카드로 대중교통 뺑뺑이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이 SRT가 정차하는 역마다 내린 건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를 위해서다. 지난달 초 서울 광진구의 주택가에서 “2400만원을 한 남성에게 건네줬는데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경찰은 인근 CC(폐쇄회로)TV를 토대로 성명 불상의 40대 남성을 추적했다.
이 남성은 현금만 사용해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며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지하철을 탈 때는 역사에서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매해 썼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지만, 며칠 동안 CCTV를 추적한 끝에 이 남성이 9일 수서역에서 SRT를 탑승한 것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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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 역마다 CCTV 확인, 부산서 포착
그가 열차를 탑승한 이후 어디서 내렸는지를 알지 못해 경찰은 SRT를 탑승한 뒤 역마다 일일이 내려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동탄, 오송, 대전 등 수서역에서 출발한 SRT는 부산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총 6번을 정차한다. 경찰은 7번째로 부산역 CCTV를 확인했고 이 남성이 이틀 전 열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부산역에서부터 다시 추적을 시작해 A씨(44)의 신원을 확인하고 검거에 성공했다. A씨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후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 대출금액을 갚아야 한다고 하면서 수천만 원의 금품을 가로챘다. A씨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15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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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총 16명…檢 "구속 기소"
서울동부지검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A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1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만 16명에 달했고, 범죄 피해 금액은 총 2억5000만원 상당이다.
지난해 말부터 A씨로부터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전국 경찰서에 여러 건이 접수된 상태였다고 한다. 5개월여간 수사망을 피해 다니던 A씨는 SRT에서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1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2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16일 구속됐고, 경찰 수사에서 범죄사실이 추가돼 재판에 넘겨질 때는 2억 원대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SRT 운영사인 주식회사 에스알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피의자 신원을 알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며칠에 걸쳐 동선을 추적한 끝에 검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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