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혈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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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血盟). 말 그대로 피로 맹세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절대로 떼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난데없이 혈맹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최근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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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血盟). 말 그대로 피로 맹세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절대로 떼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의미다. 한국으로 치면 6·25전쟁 때 함께 피 흘리며 싸운 미국쯤 되겠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혈맹은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중국도 6·25에 참전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6·25전쟁을 일컫는 중국 정부의 공식 명칭은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다.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이 담겼다. 6·25 때 15만명 이상의 중공군이 전사했고,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도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북한 평남 회창군에는 중공군 전사자들의 묘역인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이 있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북·중 양국을 피로 응고된(鮮血凝成的) 관계로 일컬었다고 한다.
난데없이 혈맹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는 최근 한반도 상황 때문이다. 최근 상황은 무척 복잡하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후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는 대신 한·미·일 삼각 관계 복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첫 행선지가 중국이었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는 갈수록 서먹서먹해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이수혁 주미대사가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는 발언을 했고, 이에 미국 국무부가 “한·미동맹은 지역 내 새 도전들에 맞서 지속적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며 공개 반박했다. 지난달 말에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비유하고, “한국이 동맹에 중독돼 왔다”는 평가를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시쳇말로 우리가 성의껏 대하면 중국이 마음의 문을 열고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혈맹 관계다. 이들 사이를 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건은 북한이 여러 해 동안 직면하고 있는 군사적 압력과 위협의 해결”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한 것이다.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중국은 결코 한국에 유리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회담 후 발표문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했지만 중국 발표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이렇듯 중국이 우리의 바람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반면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국내의 반중 감정은 거세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때마침 6일 북한은 일본 도쿄올림픽 불참을 공식 통보했다. 스포츠가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당분간 외부와 대화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이제 혈맹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래도 친밀한 관계다. 여전히 북·중 지도자들은 서로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표현한다.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새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외줄 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 친하게 지내다가 전통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까지 소원해지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모규엽 국제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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