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속 당신도..'주가조작' 공범 될 수 있습니다"

문지연 2021. 4. 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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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의 실체④] 규제 사각 원인 '신고제'

▒ 글 싣는 순서
① 괴롭힘은 이렇게 시작됐다
② 금감원이 물었다 “텔레그램이 뭔가요?”
③ “환불요? 줄 돈 없어요” 주린이 울린 수법들
④ “방치하면 당신도 주가조작 공범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리딩방에서 불법이 횡행하고 피해자들이 매일 억울함을 외치지만 업체를 제때 적발하고 처벌할 마땅한 규정은 아직 없다.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 신고제가 꼽힌다. 대다수 리딩방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투자자문을 해 주는 금융회사처럼 인식되는 것과 달리 법적으로 이들은 신고제 적용 대상인 유사투자자문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에 적용되는 등록제와 비교해 신고제 규제 기준은 매우 느슨하다. 자본시장법 제101조에 따르면 리딩방으로 대표되는 유사투자자문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만든 신고서 양식을 채우고 사업자등록증 같은 기본 서류를 갖춰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설립부터 영업방식까지, 하나하나 까다로운 규제에 따라야 하는 등록제와는 크게 다르다. 리딩방 피해자들이 소비자원과 금감원을 찾아 도움을 구하지만 기관으로부터 “법적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 애초에 제도 밖에서 시장을 어지럽히거나 투자자를 현혹하는 집단을 제도권 안으로 양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반 금융업 수준의 규제와 잣대를 들이밀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이 신고한 것을 ‘등록한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제출한 신고서를 들이밀며 “금융 당국에 정식 등록된 업체”라고 속이는 식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금감원에 등록된 합법적인 업체”라는 설명에 안심한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길 시 정부 기관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래픽=전진이 기자


전문가들은 해결 방법을 일단 관련 법 개정에서 찾고 있다. 자본시장법을 연구해온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법의 울타리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제 때문에 보통 금융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제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리딩방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업체들이 주식시장의 시세를 좌지우지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주가 조작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고제라는 틀을 깨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문업과 똑같은 수준의 등록제를 적용하는 것보다 일정 부분 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며 “상위 20~30%를 추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단속을 선언해 ‘시그널 이펙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과 경찰의 합동단속 같은 강력한 방법이 필요하며, 그래야 일반 투자자들도 리딩방의 위험성을 각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성희활 교수와의 일문일답

- 주식 리딩방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자본시장법 안에 신고제라는 어정쩡한 제도를 만들어 뒀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금융업은 규제가 굉장히 심한 영역이라 대부분 인허가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는 최소한의 신고만 받다 보니 관여를 할 수 없고 보통 금융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제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당연히 그들을 금융 전문가로 인식한다. 대중의 인식과 법적 규제의 현실이 맞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한다. 그렇다 보니 누구도 유사투자자문업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하는 거다.”

- 그렇다면 투자자문업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나.
“1997년 유사투자자문업을 신설한 이유는, 지하에서 시장을 어지럽히고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기 집단을 신고제라는 형식으로 양성화시켜 제도권 안으로 들이면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만약 정식 금융업자 수준으로 강력히 규제한다면 다시 지하로 도망가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있는 것 같다.”

- 하지만 폐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강한 대응이 필요할 텐데.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의 음성화가 그렇게 큰 문제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대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음성화시킨다면 저신용자들이 돈을 얻을 방법이 사라진다. 대부업자가 그들에게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그런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 리딩방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뭔가.
“유사투자자문업의 규모가 커지다 보면 그들이 주식 시장 시세를 직접 건드리게 된다. 시세 조종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리딩방에 가입한 일반 투자자들은 알게 모르게 주가 조작 행위에 공범이 될 수 있다. 개인이 업체의 수단과 도구로 활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

-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어떤 것일까.
“신고제라는 틀 안에 발을 걸쳐놓고 규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지 않나. 이 틀을 먼저 깨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아예 폐지를 해버리는 것은 위험성이 있으니, 유사투자자문업에도 등록제를 적용하되 현재 투자자문업보다는 규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위 20~30%만 남게 될 것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단속을 선언한다면 ‘시그널 이펙트’가 있을 것이다. 이후 금감원과 경찰이 합동 단속을 펼치고 적발 시 일벌백계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확실하게 인식되지 않겠나.”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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