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코카콜라 美 선거법 입장 표명에 공화당 발끈
현지에 본사 둔 두 업체, 공개 반대 표명
다시 공화당 발끈해 "대가 치를 것" 경고
지난해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였던 조지아주가 다시 정치 공방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발효한 새 선거법이 유색 인종의 투표권을 제한하는지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맞붙었는데, 그 논쟁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워싱턴 정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5일(현지시간) "대기업이 '깨어있는 유사 정부(woke parallel government)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극좌파 폭도들이 헌정 질서에 반해 이 나라를 납치하려는 시도에서 기업을 수단으로 삼는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델타항공과 코카콜라 등 일부 기업이 조지아주 새 선거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MLB)도 지난 2일 항의의 표시로 오는 7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려던 올스타전을 전격 취소했다. 공화당 입장에선 기업이 민주당에 줄을 섰다고 발끈한 셈이다.
민주당은 개정 선거법이 유권자, 특히 유색 인종의 선거 참여에 제약을 가한다며 반대한다.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을 "21세기판 짐 크로법(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에 비유하면서 "비미국적"이며 "역겹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이 법에 대한 진실은 오히려 선거권을 확대했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개정 선거법은 두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부재자 투표 시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조기 투표와 우편투표 기간을 줄인 것은 민주당 주장대로 유색 인종에게 불리하다.
우편투표 신청 기간을 선거일로부터 180일 전에서 78일 전으로 줄였다. 우편투표 용지 발송은 선거일로부터 49일 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젠 29일 전부터 허용된다. 우편투표는 기존에 서명으로 본인 확인을 했는데, 이제는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번호 등 정부 공인 신분 식별 번호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놓고 빈곤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반면 우편투표 수거함 설치 하한선을 신설해 수거함 수를 대폭 늘리고, 농촌 지역에서 조기 투표 날짜를 확대하고, 투표소 줄이 너무 길어지면 새로운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규정 등은 공화당 주장대로 유권자 권리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미국인들은 이들 대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증폭시키거나 조작된 논란에 매번 반응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에 반기를 든 기업들은 당초 중립을 지키려 했으나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민주당 압력이 계속되면서 법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게 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조지아주 최대 고용주인 델타항공의 경우 흑인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법 개정을 무효화하라는 압력도 받았고, 직원의 21%에 달하는 흑인 사회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MLB가 애틀랜타 올스타전 개최를 취소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스포츠 전문방송 ESPN과 인터뷰에서 MLB가 올스타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를 신호로 받아들인 MLB는 이틀 뒤 올스타전 취소를 발표했다.
하지만 공화당을 벌주기 위해 애틀랜타 주민 일자리 수천개를 없애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젠 사키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은 MLB 선수들에 대한 지지를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공화당은 기업과 민주당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델타항공, 코카콜라를 비롯해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UPS, 머크 등 9개 기업을 콕 짚어 "보이콧하라"고 촉구했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로버트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원권을 반납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은 뒤 "깨어있는 기업인 체하면서 올스타전을 취소하는 것과 달리 (오거스타 회원권 반납은) 개인의 희생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려면 오랜 기간 흑인을 차별한 오거스타 골프장 회원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진영이 "위선"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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