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앞서 '수상한 종이봉투' 거래..휴가중 경찰에 딱 걸린 보이스피싱범 [영상]

백경서 2021. 4. 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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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 보이스피싱범 검거한 경찰관
지난 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건네받는 모습을 경찰관이 목격해 붙잡았다. [사진 울산경찰청]

지난 1일 오후 4시30분쯤 울산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앞. 휴가 중이던 울주경찰서 수사과 소속 박현석(42) 경사는 딸이 학교에서 나오자 차에 태워 귀가하던 중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학교 앞 도로 건너편에서 50대 남성이 40대 남성에게 묵직한 종이봉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운전 중이던 박 경사는 이 상황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했다. 곧바로 차에서 내린 박 경사는 두 사람에게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불심검문을 했다.

박 경사가 종이봉투를 살피자 안에는 현금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박 경사가 돈의 출처를 묻자 40대 남성은 “업무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중국교포(조선족) 억양으로 ‘자리를 이동하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40대 남성이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당시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이 남성은 휴대전화로 지령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박 경사는 용의자인 40대 남성을 도망가지 못 하게 붙잡은 채 형사과에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돈을 건네받는 것 같다”며 울주경찰서 형사과에 지원을 요청했다. 곧바로 경찰에서 출동했고, 용의자는 이날 오후 5시 검거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 남성은 “정부 지원자금을 저리로 대출하려면 기존 대출금 1000만원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으로 확인됐다. 그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일하게 됐다”며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범인을 상대로 여죄와 공범 등을 수사 중이다.

현장에서 보이스피싱범 검거한 박현석 경사. [사진 울산경찰청]

박 경사는 “평소 보이스피싱 범죄를 자주 접하던 중에 수상한 장면을 목격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며 “현금 1000만원을 현장에서 회수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 보이스피싱 범죄는 619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12억원에 달한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만 986명의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휴가 중에도 수상한 장면을 포착한 경찰관의 눈썰미로 피해를 예방하고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상대로 계좌 이체나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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