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이 밝게 성장하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예요"

유영수 2021. 4. 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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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수 기자]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일까? 각종 분야마다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강좌가 넘쳐나고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하며 수많은 돈과 시간,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런데 리플러스인간연구소의 박재연 대표는 수 개월도 아닌, 무려 일년 동안이나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며 전문가를 양성하는 '연결의대화 지도자 준비과정'을 무료로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강좌를 열 때 돈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전공한 비폭력 대화 중에서 직접 개발한 '연결의대화'가 대중화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훨씬 컸었다고 힘주어 이야기할 때, 인터뷰하는 1시간 여의 시간 중에서 그의 얼굴이 가장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리플러스인간연구소 대표이자 최근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를 출간했고, 지난 주부터 EBS 육아토크쇼 '부모'에 고정패널로 출연 중인, 박재연 대표를 지난 5일 줌으로 만났다. 아래는 박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박재연 소장
ⓒ 박재연 소장 제공
 
- 프롤로그 읽고 본문을 열자마자 '다시는 너랑 대화하나 보자' 이 문장에 엄청 공감했습니다. 사실 저도 며칠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런 생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요?
"다음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지금-여기에 현존하는 감정이나 생각에 집중할 수 없겠죠. 이전에 경험했던 부정적 정서를 가지고 만나다 보니 갈등의 요소를 품고 상대방을 만나게 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저 인간 그랬었는데, 오늘도 또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 요즘은 전화보다 sns로 대화하는 일이 많아졌고, 특히 코로나 때문에 만나서 진심을 전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이럴 때 우리가 어떤 점을 더 조심해야 할까요?
"표정을 보기 어렵고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데, 그래서 상대방을 조금 더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나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 강요, 협박의 대화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많이 하지 않을까 싶고, 이건 통제의 욕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우리나라 문화는 자녀를 소유적 개념으로 많이 생각했기 때문에 '내 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많이 있었죠. 요즘도 여전히 아동학대나 폭력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그러한 그릇된 사고를 반증한다고 할 수 있어요."

- 감정을 느끼고 그 안에 있는 욕구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의 감정과 욕구,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가 충돌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의 욕구는 잘 충돌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충돌이 생기는 거죠.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재미를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A는 쇼핑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성향인데, 반대로 B는 돈 쓰는 걸 아주 싫어하고 자연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면, 두 사람은 엄청 싸울 수 있는 거죠. 상대방이 선호하는 수단을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불편한 감정의 원인은 결국 내 안의 욕구 때문'이라고 쓰셨는데요. 화가 날 때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거나 자책하기보다 내 안에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들여다 보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인가요?
"화가 날 때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판단을 하기 위해 손이 머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 손을 자신의 배에 올려놓으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원했던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권유하죠. 그러면 내가 왜 화가 나는지에 대해 상대방에게 잘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화가 쌓여서 폭발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불편함에 대해 느끼고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중요해요."
 
 박재연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유영수
 
- 사람들이 보통 어려워하는 부분이 요청하고 거절하는 것인데,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더 힘들어하는데요. 적절하게 요청하는 방법,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팁이 있을까요?
"저 스스로가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요청을 말하는 것의 핵심은 내 욕구를 말하는 거고, 반대로 거절을 할 때 역시 내 욕구를 말하는 거예요. 누군가 나에게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을 때, '안돼요 싫어요'가 아닌 '나는 오늘 혼자 있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요. 요청할 때도 상대방이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 건강하게 자기에 대해 이해하고 연결되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도, 상대방이 지나치게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면 연결의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쉽지 않잖아요. 안하무인격인 사람과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서 대화를 하고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와 대화할 여유나 호의가 없다면 저는 그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럴 시간에 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 마음을 쓰는 것을 선택하겠어요. 불가피한 경우에는 관계를 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직장 상사 때문에 공황발작이 오는 경우라면 저는 그분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거예요."

- 책와 강연을 통해 '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을 하시는데, 대화에 대한 대표님의 철학, 가치관 이런 게 궁금해집니다.
"대화는 나누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욕구가 만나고 이해되는 과정이 대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행복한 삶이잖아요? 개인의 안녕감과 행복이 중요한데 타인을 배려하고 그의 욕구도 같이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그걸 배우는 과정이 대화라고 생각해요."

- 연구소에서 연결의대화 지도자 과정을 개설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정확히 말씀 드리자면 지도자 준비 과정이고요. 연결의대화는 비폭력대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인지적 요소가 많이 섞여 있어요. 1년의 과정을 마치면 8주~10주 정도의 과정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 자격을 주고 있고요. 저는 아이들에게 대화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고, 상담자 등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분들도 오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그 중에서도 대표님이 가장 가치를 두고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시대의 아동들이 외상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동들의 인권이 바로잡히고, 아동들이 사랑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아동들이 밝게 성장하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제 관심사이자 바람입니다."

- 대표님은 <엄마의 말하기 연습> 저자이면서 EBS 육아토크쇼 부모에도 출연하고 계신데, 코로나 때문에 더 아이들과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한 말씀만 남겨주신다면?
"우리 엄마아빠는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을 마음에 심어주면 좋을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라는 말 대신, '그래도 너 덕분에 내가 힘들어도 산다'라고 주문처럼 외우면서 살면 좋겠어요. 그렇게 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죠. 그리고 아이들과 물리적 시간을 많이 가지는 부모님이라면, 아이들과 합의해서 하루에 다만 30분, 1시간이라도 서로 분리된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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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의 내용은 제 개인 홈페이지인 더행복한가정연구소(https://happier.tistory.com/)에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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