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다섯이 쓴 귀신 이야기,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유병천 기자]
스마트폰 등장 이후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책 출간은 줄어들지 않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다루고 싶은 주제는 이미 누군가 했던 이야기가 아닐지 걱정도 되죠.
이러한 환경에서 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시도가 있습니다.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같은 주인공으로 다섯 편의 이야기를 쓰는 방식입니다.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1, 2권 출간 시 귀신 보는 아이 시리즈, 작가가 5명이나 되는 이유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최근 나머지 3, 4, 5권이 모두 출간되었는데요. 이번에는 3, 4, 5권의 작가를 만나 책의 내용과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으로 인한 일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2021년 4월 2일 성수동에서 전성현, 전경남, 김태호 작가를 만났습니다.
▲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3, 이상한 총각 귀신을 쓴 전성현 작가 |
ⓒ 유병천 |
전성현 작가의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3권 <이상한 총각 귀신>에는 사랑 고백을 해야만 저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총각 귀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고백할 상대는 이미 할머니가 된 상황이죠. 총각 귀신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 전성현 작가님, 다섯 작가가 모여서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요? 협업 중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주세요. 작품에서 총각 귀신을 다루면서 민주화 항쟁에 관한 부분도 언급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이번 협업을 시도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쓰던 글의 성격에서 벗어나 작품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작업을 해 나가면서 여러 작가가 가진 다양한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다섯 작가가 모여 하나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첫 작업을 시작할 때 '귀신'과 '추리'라는 콘셉트를 잡고, 화이트보드에 등장인물의 캐릭터, 배경, 설정 등을 적어 가며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어떤 귀신을 등장시킬지 고민할 때는 서로 개성 있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4, 개천이를 찾아라를 쓴 전경남 작가 |
ⓒ 유병천 |
전경남 작가의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4권 <개천이를 찾아라>에는 강제로 아들과 이별하게 된 아줌마 귀신이 등장합니다. 죽는 날까지 아들을 위해서 살다 간 아줌마 귀신과 엄마의 마음을 모르고 살아온 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전경남 작가님, 개성 넘치는 다섯 작가가 함께 작업할 때 가장 어려웠던 일화를 이야기해 주세요. 뜻하지 않게 자식과 생이별하게 된 귀신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어쩌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라도 '말하지 못하는 사연을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소재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작가는 자발적으로 마감일을 정하기도 하고, 어기기도 하는 사람인데요. 여럿이 작업을 하다 보니 마감일을 어길 수가 없어서……. 네, 아주 좋았습니다.(웃음) 글을 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보다는 다섯 권의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모험 같은 일이잖아요. 다섯 권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곳도 있었고, 다섯 작품을 2, 3권으로 모아 계약하자는 곳도 있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다섯 권을 다 내줄 출판사를 찾았더니, 드라마도 아니고, 원고를 보냈는데 바로 다음 날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5, 이름 없는 아이와 최판관을 쓴 김태호 작가 |
ⓒ 유병천 |
- 김태호 작가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담당하셨는데요.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이름 없는 아이를 통해서 아동학대에 관한 이야기와 주인공인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의 비밀이 밝혀지는데요. 결말도 5명의 작가가 모두 협의해서 정한 것인지 김태호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썼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다섯 작가가 함께 전체 큰 이야기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순서도 정하지 않고 일단 각자의 이야기를 썼고, 나중에 출판사와 계약하는 단계에서 순서를 결정했습니다. 그때 제가 시리즈 5권을 맡게 되었고, 기본적인 구성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부담은 없었습니다.
▲ 작가들의 협업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는 김태호 작가, 전경남 작가, 전성현 작가(좌부터) |
ⓒ 유병천 |
- 세 분을 만나서 협업에 관한 에피소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앞으로도 이렇게 협업 형태의 창작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다음에도 비슷한 기획이 있다면 다시 함께 작업을 할 의향이 있는지요? (세 분 모두 간단하게 답변 부탁)
전성현 : "작가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고, 출판 환경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여러 형태의 협업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영상미디어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좀 더 다이내믹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이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의 작가님들과 다시 작업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전보다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경남 : "글은 혼자서 하는 작업이라 고립감이 많이 느껴지는데, 협업은 그런 느낌이 확실히 덜해요. 글 쓰다 보면 산으로 가는 경험이 있는데, 그런 것을 조금은 잡아주는 것 같아요. 출판사를 정하는 일은 어렵지만, 출판 후 다섯 작가가 같은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책이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 근사한 곳으로 함께 여행하자는 이야기를 단톡방에서 자주 나눕니다. 출판까지 이어지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어렵더라도 계속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김태호 : "저는 음악인들이 협업을 통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게 엄청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여러 작가들과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쓰기 협업이란 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한 권의 이야기를 여러 작가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형식은 개인의 독창성이 많이 희석되어서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콩 시리즈처럼 캐릭터와 소재 그리고 형식을 정한 상태에서 각자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저는 다음번에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화 창작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이 나왔는데요. 앞으로 동화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드라마 분야로도 확장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 작업이 주를 이루던 작가의 세계에서 협업을 통한 공동 작업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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