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개에 물린 알바생만 2명, 공포의 6분" [인터뷰]

박은주 2021. 4. 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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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고 당시 CCTV 영상. 오른쪽은 A씨의 부상 사진. A씨 제공


경기도 안성의 애견 카페에서 근무하다가 사장의 반려견에게 개 물림 사고를 당했다는 여성 2명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은 공격성이 강한 반려견을 사장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며, 피해 보상조차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과 2월 해당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여성 2명이 4일 SNS에 폭로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출근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사장이 키우던 대형견 ‘도고아르젠티노’에게 물림 사고를 당했다. 1월에 근무했던 A씨, 2월에 일한 B씨 모두 팔과 다리가 찢기고 움푹 패이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A씨와 B씨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폭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A씨는 고소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한 차례 물림 사고가 있었던 개를 방치한 사장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개 물림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CCTV. A씨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근무하게 됐나
A: 나도 도고아르젠티노를 키우고 있어서 손님으로 자주 가다가 사장과 친분이 생겼고, 워낙 반려견에 관심이 많아서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B: 반려견 관련 직종이 꿈이었고, 집 인근이어서 근무를 시작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애견 카페인 건가
A: 애견 카페·호텔·유치원을 함께 운영 중인 곳이다. 밖에는 애견 운동장이 있는데 소·중·대 3곳으로 분리돼 있다. 운동장에서는 애견 카페에 온 손님이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호텔이나 유치원에 맡겨진 반려견들이 자기들끼리 놀기도 한다. 대신 위험하지 않도록 다 분리돼 있다.

-사고 경위를 설명해 달라
A: 근무 일주일만인 1월 23일 사장이 영업 시작 전에 ‘개 코가 너무 헐었으니 입마개를 하지 말고 분리해둬라’라고 지시한 후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평상시대로 운동장에 분리해 뒀다. 그때 애견 카페 손님이 왔고, 사장의 개가 손님의 반려견을 보자마자 크게 흥분했다. 개를 실내로 옮기기 위해 목줄을 하던 중 오른쪽 종아리를 물린 거다. 그 상태로 3분가량 끌려다녔다.

B: 출근 3일째인 2월 7일 사고를 당했다. 사장이 입마개 착용을 지시 후 외출한 상태였다. 개에게 다가가 알려준 대로 입마개를 씌우려 했는데 그대로 다리를 물려 6분 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제압 중인 A씨. A씨 제공


-어떻게 풀려난 건가
A: 날 물고 있던 와중에 다른 개를 물려고 운동장으로 달려가더라. 그때 내 다리를 놓았다. 그런데 개가 철장을 부수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개가 다칠까 봐 걱정돼 나도 달려갔다. 보통 개는 목줄을 비틀면 숨을 못 쉰다. 제압하려고 목을 계속 졸랐지만, 그 개는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 겨우 다시 철창에 가둔 뒤 다리를 다친 상태로 다른 개들을 하나하나 안아서 철장 밖에 있는 손님들에게로 넘겼다. 40kg 정도인 대형견까지 다 안아서 넘겼다.

B: 계속 끌려다니다가 다리가 끊기겠다는 생각이 들어 팔을 물게 한 뒤 문으로 최대한 끌고 가 두 손으로 입을 벌렸다. 다시 물려고 할 때 반대쪽 팔을 안으로 숨겨 옷만 물게 하고 겨우 문 안쪽으로 피했다. 두꺼운 후드티가 다 찢어졌다.

A씨 인스타그램


-부상은 어느 정도였나
A: 오른쪽 종아리, 오른쪽 팔, 양쪽 무릎을 물렸는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지방과 근육이 다 찢어져서 한 차례 수술을 받았고, 병원에서는 나중에 꼭 흉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B: 오른쪽 팔, 왼쪽 다리의 살이 찢어지고 근육이 파열됐다. 다리의 경우 3차 봉합 수술 후 괴사해서 4·5차 수술을 했고,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6차 수술까지 받은 상태다. 팔은 총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는 어떻게 갔나
A: 손님이 경찰과 119에 신고해줘서 응급차를 타고 갔다. 의료진이 개한테 이렇게 심하게 물려 온 걸 처음 봤다고 하더라. 두 번째 피해자도 같은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얼마 전에도 개 물림 사고로 온 분이 있었는데 설마 같은 개에게 물린 거냐’고 단번에 알아볼 정도였다.

B: 사장이 119를 부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피를 흘리며 기다렸다. 사장이 도착 후 개를 먼저 철장에 넣고 차로 응급실에 데려갔다. 사고 발생 30분 후였다.

B씨의 부상 사진. B씨 인스타그램


-사장 반응은 어땠나
A: 처음에는 병원비를 다 내줄 테니 최대한 치료를 받고 건강해지라고 했는데, 갑자기 산재 처리하고 끝이라고 하더라. 추후 흉터 치료 비용 등은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네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제대로 대처해야지 왜 사고를 당하냐. 영업 못 한 거에 대한 피해 보상을 청구하지 않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해라’라고 하더라.

B: 나한테도 치료비, 간병인 비용을 다 부담해주겠다고 하다가 지금은 보태주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다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내 잘못을 운운하더라. 피해자들에게 연락조차 없다.

-사장의 개는 평소에도 공격성이 있었나
A: 내가 손님이었을 때는 말을 잘 듣고 잘 놀긴 했었다. 다만 사장이 그 개가 손님들 반려견을 몇 번 물어서 수술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입질이 심한 애를 애견 카페에 놔둔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제압 방법을 알아서 이 정도 다친 거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B: 계속 짖었다. 사장이 있을 때는 온순했지만 사나워서 항상 다른 곳에 있는 아이였다.

A씨의 첫째 자녀와 반려견. 그는 "모든 도고아르젠티노가 공격적인 게 절대 아니다. 주인의 교육에 따라 다르다"고 강조했다. A씨 제공


-공론화에 나선 이유는 뭔가
A: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사장은 그 개를 안락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정말 안락사를 했다고 하는데 이미 한 번 거짓말을 한 만큼 믿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사고 이후 둘째 임신 사실을 확인했지만, 결국 유산했다. 심적 고통이 크다.

B: 또 다른 인명 피해와 개들 간의 물림 사고가 발생할 것 같았다. 이렇게 안 하면 계속 영업했을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도고아르젠티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 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키우는 개는 첫째 아이와 함께 커서 그런지 정말 순하다. 다른 견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게 두렵다.

B: 이번 일로 공포증이 생기고 꿈까지 버리게 됐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

A씨의 자녀와 반려견. A씨 제공


사장 C씨는 이날 통화에서 첫 번째 사고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 “A씨 사고는 개들끼리 싸움이 나려는 걸 말리다가 물린 거라서 B씨 사고처럼 갑자기 사람을 문 사고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두 번째 사고가 나고 일주일 후에 안락사했다”고 말했다. 또 “원래 공격성이 전혀 없는 개였다”면서 “다른 개와 놀 때 가끔 으르렁거려서 입마개를 채운 거였다”고 해명했다.

구급차를 못 부르게 했다는 B씨 주장에 대해서도 “가게에 거의 도착한 상황이었다. 구급차보다 빠를 것 같아서 내 차로 가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보상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라며 “산재 처리를 했고, 비급여 부분은 금전적으로 어려워서 추후 처리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B씨는 “취재진에게는 추후 보상을 약속했다고 말하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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