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쩐의 전쟁'이 바꾸는 배달지형도 명과 암

문수정 2021. 4. 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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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쿠팡이츠 제공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꾼 쿠팡이 배달 시장도 흔들고 있다.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이라는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다. 쿠팡이츠는 빠른 배달이라는 결정적인 한방을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불안정한 시스템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고,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처우 불만이 쌓이고 있다.

5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시장 최대 이슈는 ‘단건 배달’이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이라는 강점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지역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면서다.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쿠팡이츠가 조만간 서울 강남 3구에서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건 배달은 배달기사(라이더) 한 명이 한 건만 배달하는 방식인데, 쿠팡이 배달 시장에 진출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들고 나왔다. 라이더가 가게에서 손님의 집 앞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 때문에 배달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소비자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쿠팡이츠가 속도전으로 치고 나가자 배민, 요기요 등도 빠른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배민은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45분 이내 배송을 약속하는 ‘번쩍 배달’을,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엄청난 자본으로 라이더들을 상대로 한 프로모션 등을 펼치면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1, 2위 업계가 상당히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묶음 배달’이 대세였다. 라이더 한 명이 동선을 맞춰 여러 건을 배달해야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때문에 음식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얼핏 쿠팡이츠가 업계의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해나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점 업체와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단건 배달을 하려면 라이더 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라이더들이 대거 투입된다. 도보나 킥보드로도 배달이 가능하다. 전문 라이더가 아니다 보니 길을 못 찾거나 보온·보냉백을 갖추지 않아 음식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 송파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쿠팡이츠 라이더가 보온백도 없이 슬리퍼 신고 자전거 타고 왔더라”며 “음식 다 식겠다고 걱정하니까 ‘금방 가면 되지 않느냐’며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식은 음식을 받은 손님이 ‘맛없다’면서 별점을 낮게 주면 손해는 업주가 본다”며 “쿠팡이츠는 속도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라이더 관리에도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달 일이 낯선 라이더가 길거리에서 헤매다가 배달 지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시원한 음료를 시켰는데 얼음이 다 녹아서 왔다는 컴플레인을 받은 적이 있다”며 “라이더가 길을 몰라서 생긴 일인데 배상은 내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 라이더들도 쿠팡이츠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최근 기본 배달비를 600원 깎은 것뿐 아니라 보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민이나 요기요는 배달대행업체에도 라이더 안전을 위한 책임보험 등을 들도록 하고 있는데 쿠팡이츠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배달기사 이모씨는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은 대부분 무보험으로 위험하게 거리를 달리고 있다”며 “라이더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면서도 오로지 ‘고객 중심’만 외치니 간극이 좁혀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배달 시장의 경쟁 상황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점주의 불만과 배달기사의 어려움이 누적됐을 때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달료 인상, 배달 음식 품질 하락은 곧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는 셈이다.

배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배달 시장은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라이더, 소비자가 서로 이해관계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라며 “모두를 똑같이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의 이익만 내세우는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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