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코로나 1년, 5대 은행서 33조 나갔다(종합)
"금리 인상기와 맞물릴 경우 부실 가능성 걷잡을 수 없을 것"
전문가들 "무조건적인 대출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절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송승섭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자금줄이 말라가면서 시중은행에서 빌린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지난 1년 새 나간 신규 자영업자 대출만 33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조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 전체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은 277조9909억원(누적)으로 지난해 말 270조8672억원보다 7조1236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244조9046억원에 비해서는 33조863억원(13.50%)이나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월(225조5896억원) 기준 순증액 19조3150원에 비해서는 13조7713억원(23.22%)이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 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기별로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지난해 2분기에 12조464억원이 순증해 가장 많은 대출이 풀렸다. 이어 3분기 8조2997억원, 4분기 5조6164억원으로 순증액이 줄어들었다가 올해 1분기 다시 불어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건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유예는 올해 9월까지 재연장됐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정근 ICT 금융학회장은 "국내 자영업자 규모가 650만명 가량인데 이중 400만명은 혼자 하는 개인사업자"라며 "영세한 경우가 많아 부실에 따른 위험이 굉장히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리 인상기와 맞물릴 경우 부실 가능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 위주로 자영업자 대출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위험 자영업자 20만명…금리인상 기조 겹치면 부실위험 ↑
여기에 빚을 감당 못해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위험이 큰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과도하게 빚을 내 부실 위험이 높아진 자영업자가 20만에 육박했다. 자영업자 중 빚을 못 갚게 될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가구’ 수도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은은 ‘고위험 가구’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으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대출자로 정의한다. 자영업자 중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19만2000가구로 지난해 3월(10만9000가구)보다 76% 늘었다. 원금 상환유예 조치가 없었다면 고위험 가구는 3월보다 90%가 늘어난 20만7000가구가 됐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대출증가세 속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의 가파른 상승세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ICT 금융학회장은 “한국의 자영업자 규모가 650만명 정도라는데 400만명은 혼자 하는 자영업자”라면서 “다른 나라보다 규모는 많은데 영세한 경우가 많아 부실에 따른 위험이 굉장히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출은 자영업자들이 재기할 때까지 버티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싼 금리로 연명하게 만드는 수단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자영업자 중에서는 신용점수가 낮은 경우가 많다”며 “부실 시 다른 대출 부문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김 교수는 “연말까지 대학의 온라인 수업이 어려울 것 같고 내년 1분기에도 백신 접종률이 클지 의문”이라며 “영업이익이 없는 상태에도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정상화되지 않을 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2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대출 규제를 하는 상황인데도 이렇게 늘어났다면 대출을 한 사람들이 워낙 절박했을 것”이라면서 “5대 시중은행보다 2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이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해법으로는 무조건적인 대출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오 교수는 “자금을 통한 지원으로 자영업자를 연명하게 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지금을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 역시 “부실한 차주한테까지 계속 지원하는 식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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