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 3천만명 美 최대뷰티 기업에 투자해볼까
(4) 울타뷰티(Ulta Beauty)
지난해 미국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화장을 아예 안 하거나 눈화장 등 최소한만 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기업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친목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록다운(봉쇄 조치) 때문에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팬데믹 충격으로 화장품 기업 대부분은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덕분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월 30일까지 최소 한 번 예방 접종을 한 사람은 약 96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30% 가까이 된다. 백신 효과에 힘입어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빠르게 감소한다. 1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에 20만~30만명씩 확진자가 쏟아졌다. 3월 말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만~6만명대로 줄었다. 머지않아 경제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경제 활동이 다시 시작되면 화장품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확률이 높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관련 종목 찾기에 한창이다. 울타뷰티는 재도약이 기대되는 주요 기업으로 언급된다.
▶코로나19 딛고 실적 회복세
▷나스닥 15% 뛸 때 울타 35% 올라
울타뷰티는 미국 최대 뷰티 제품 유통 업체다. 1990년 설립돼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화장품과 향수, 피부 관리 용품, 헤어 관리 용품, 액세서리 등을 취급한다. 자체 브랜드 포함 600여개 브랜드, 2만5000여개 상품을 보유했다. 헤어·메이크업숍도 운영한다. 미국 50개 주 모두에 매장을 보유했으며 올해 1월 말 기준 총 매장 수는 1270여개, 직원 수는 3만7000여명(풀타임 1만6000명, 파트타임 2만1000명)이다. 멤버십 프로그램인 ‘울타메이트 리워즈’에 가입한 고객은 약 3070만명이다.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2020 회계연도(2020년 2월~2021년 1월) 연간 순매출액은 61억5000만달러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16.8% 줄어들었다. 1분기 매출액 11억7000만달러는 전년도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2분기에도 26% 줄며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8%, 4분기에는 5% 줄어들며 감소폭이 축소됐다. 영업이익도 개선되는 추세다. 2020 회계연도 1분기에는 영업손실 1억달러를 기록했다. 바이러스 확산 이전 매 분기 1억7000만~2억9000만달러가량 영업이익을 내던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2020 회계연도 2분기부터는 다시금 영업흑자를 냈으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도 줄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280만달러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의 6%에 불과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60%, 4분기에는 78%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 소속 애널리스트 에린 머피는 “2020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좋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50달러에서 360달러로 올렸다. 주가도 상승 기류를 탄다. 3월 30일 30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 상승률 34.7%를 기록했다. 1년 상승률은 75.3%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5.2%, 69.4% 뛰었다.
▶타겟과 협업·이커머스 성장 기대
▷6월 CEO 교체는 변수
백신 보급, 경제 정상화에 발맞춰 울타뷰티는 올해 미국 내에 새 매장 40개를 열기로 했다.
경제 활동 재개 외에도 울타뷰티 실적과 주가 개선을 이끌 만한 요소는 여럿이다. 대형 유통 체인 타겟과의 협업이 특히 기대를 모은다. 울타뷰티는 지난해 11월 타겟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타겟 매장 100여개에 울타뷰티가 숍인숍 형태로 매장을 열어 제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울타뷰티가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겟은 미국 전국에 매장 1900여개를 보유했으며 리바이스, 디즈니 등 쟁쟁한 기업과 협업하며 ‘윈윈(win-win)’ 효과를 낸 바 있다. 향후 숍인숍 매장 수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울타뷰티와 타겟 측은 지난해 협업 소식을 발표하면서 “100개 숍인숍 지점으로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수백 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시장 진출 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019년 울타뷰티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해외 진출 계획을 연기했다. 대신 이커머스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 백신이 공급되고는 있지만 언제쯤 팬데믹이 완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들어설지 불확실한 상황. 무리하게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기보다 향후 꾸준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전자상거래 부문에 먼저 투자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평이 나온다. 팬데믹 이전 울타뷰티 매출의 80% 이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커머스 기여도가 급격히 뛰었다. 이커머스 매출은 2020 회계연도 1분기 100% 이상, 2분기 200% 이상, 3분기 약 90%, 4분기 70% 이상 늘어나며 고속 성장 중이다.
울타뷰티는 지난해 플로리다 잭슨빌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열며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챔버스버그, 인디애나 그린우드, 텍사스 댈러스 등 기존 물류센터도 온라인 쇼핑 주문을 처리하는 데 적극 활용한다.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도 내놨다. 소비자가 온라인·모바일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매장으로 이동하면 직원이 주차장으로 상품을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고객은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리더십 교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매리 딜런 현 CEO(최고경영자)는 2013년 6월부터 울타뷰티 수장을 맡아왔다. 딜런 CEO 재임 기간 동안 울타뷰티는 S&P500지수에 편입되고 포춘 500대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세 배 이상 뛰고 매장 수는 두 배로, 멤버십 가입 고객 수는 두 배가량 늘어나는 등 규모도 커졌다. 8년여간 성장을 이끌어온 딜런 CEO는 6월까지 근무한 뒤 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데이브 킴벨 회장이 매리 딜런을 이어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킴벨 회장은 생활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글로벌 음료 기업 펩시코, 친환경 소비재 기업 세븐스제너레이션, 미국 통신 업체 US셀룰러 등에서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다. 2014년 울타뷰티에 영입돼 마케팅 부문을 이끌다 2019년 말 회장으로 선임됐다.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지만 코로나19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점에 CEO 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스테파니 위싱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호평을 받아온 딜런 CEO가 사임을 결정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다. 기대보다 수년 이르다”고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3호 (2021.04.07~2021.04.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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