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 주식 다시 담을까..삼전·네이버·LG화학 주목

류지민 2021. 4.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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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3월 26일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비율 규칙 변경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4월 재보선 이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금위 고민은 연기금의 지속적인 국내 주식 매도에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월 1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했다. 이후 지난 3월 15일과 16일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다시 17일부터 11거래일간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연기금이 올 들어 3월 31일까지 3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16조2277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 확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보유 한도를 맞추기 위해 매도했던 대형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SAA 허용 범위 확대 검토

▷최대 10조원 추가 매수 여력 가능성

이 같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팔자 기조는 2018년 기금위가 정한 5개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 따른 것이다. 당초 기금운용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17.3%에서 올해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점차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인 17.3%를 훌쩍 넘는 21.2%로 크게 치솟자 이를 낮추기 위해 매도에 나섰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운용액 833조원을 기준으로 볼 때, 176조7000억원어치 들고 있던 국내 주식 비중을 16.8%로 낮춘다고 단순 환산하면 약 36조8000억원을 매도해야 한다. 이 경우 올해 연기금이 순매도한 16조원을 모두 국민연금 몫으로 돌려도 아직 21조원 이상이 매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다만 특정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목표 비율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감안하면 당장 매도세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8%지만 SAA 이탈 허용 범위로 현행 ±2%포인트를 두고 있어 14.8~18.8%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매달 약 5조원가량 기금운용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추가 매도를 하지 않아도 허용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을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국내 주식 과매도 규탄’ 시위를 이어가는 등 개인투자자들이 모처럼 만들어낸 증시 상승세에 국민연금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은 4월 기금위에서 SAA 이탈 허용 범위를 늘리는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탈 허용 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5%포인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탈 허용 범위가 늘어나면 국내 주식 비중을 최대 20.3%까지 보유할 수 있어 매도세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10조원가량의 추가 매수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AA 허용 범위 상단이 상향 조정되면 자금 이탈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도세 강했던 대형주 주목

▷한올바이오파마·만도·GKL도 눈길

국민연금 매도세가 주춤해지면 3100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코스피도 다시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국내 주식 비중 조절을 위해 국민연금이 팔아야 했던 대형주를 다시 사들일 가능성도 적잖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운용에서 직접 투자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매도세가 강했던 대형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1, 2위 종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한 달 새 각각 1조3302억원, 42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초 9만원 선을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기금 매도세에 3월 31일 기준 8만14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D램 가격 급등과 낸드 부문 턴어라운드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 반등이 점쳐진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시가총액이 이미 약 60조원 감소했다. 주가 하락 이유를 더 찾기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턴어라운드에 집중해 선제적 매수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수요 확대가 가장 큰 호재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이 늘면서 PC 판매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1가구 1PC에서 1인 1PC 트렌드가 확산 중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서버 출하량도 1분기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D램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2561억원에 순매도한 네이버도 3월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 자금이 유입되면 40만원 돌파 이후 꺾였던 주가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 주요 사업 부문에서 모두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커머스 판매자와 이용자에게 모두 친화적이고,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성장 가시성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 뒤를 이어 2차 전지 관련주인 LG화학(2393억원)과 SK이노베이션(2217억원), 삼성SDI(1931억원)가 나란히 3월 연기금 순매도 종목 상위에 올랐다. 최근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채택과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진 결과다.

다만 한국 2차 전지 업체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노스볼트 등 신규 협력사의 양산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고, 후발 주자가 대규모 투자 금액과 영업 손실을 감당하면서 품질 경쟁력과 원가 대응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엔씨소프트(1856억원), 현대차(1836억원), 삼성전기(1197억원), 현대모비스(1188억원) 등 대형주들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이 자산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유 비중을 크게 줄인 종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 들어 보유 지분율을 가장 많이 떨어뜨린 종목은 한올바이오파마로 13.5%에서 9.94%로 3.56%포인트 줄었다. 이어 SK디앤디(-3.21%), 만도(-2.73%), GKL(-2.68%), 한라홀딩스(-2.48%), KT&G(-2.3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가운데 지분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든 종목은 셀트리온으로, 유일하게 1% 이상 비중을 줄였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3호 (2021.04.07~2021.04.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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