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S] '낙원의밤' 마지막 10분을 위한 누아르 클리셰(종합)

조연경 2021. 4. 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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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in Paradise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10배속으로 봐도 누아르다. 누아르라는 장르의 정통성 하나 만큼은 완벽하게 지켜낸 '낙원의 밤'이다.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는 영화 '낙원의 밤(박훈정 감독)'이 5일 프레스 스크리닝을 통해 선공개됐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주목도를 높인 '낙원의 밤'은 '신세계' '마녀' 등 한국형 누아르의 대가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일찍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당초 스크린용으로 제작됐지만 넷플릭스에 판매되면서 190여 개국에 소개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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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낙원의 밤'은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담아내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는 짙은 분위기를 더욱 강조시켰다. 여기에 엄태구·전여빈·차승원 등 배우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 낭만적이지만 그래서 더 슬픈 '낙원의 밤' 만의 세계관을 완성했다.

극중 엄태구는 모두의 표적이 되어 제주도로 몸을 피한 태구, 전여빈은 삶의 끝에 선 여자 재연, 그리고 차승원은 태구를 추격해오는 북성파의 2인자 마 이사로 분해 서로에게 쫓고 쫓기는 암흑의 삼각 관계를 표현했다.

영화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에서 상대 조직의 타겟이 돼 낙원의 섬 제주로 향하는 태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큰 사고를 당하고, 또 큰 사고를 치기도 한 태구는 제주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재연과 첫 만남을 갖고, 두 사람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지옥의, 혹은 천국의 일주일을 보낸다.

Night in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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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감성에 상업을 위한 누아르 장르 한 스푼을 살짝 섞은 모양새다. 러닝타임내내 한국영화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봐 왔던 전통의 누아르 스토리를 곧이 곧대로 따라가지만 청춘의 얼굴로 삶의 끝에 서 있는 두 주인공의 사연은 신기하리만치 새로운 신선함을 자아낸다.

마지막 10분을 위해 120분의 전사를 깔아 놨다고 봐도 무방한 '낙원의 밤'은 무엇보다 '브이아이피' 이후 변화된 박훈정 감독의 여성 캐릭터 활용 가치를 또 한번 명확하게 확인 시킨다. '마녀'로 여성 캐릭터를 액션물의 전면에 내세웠다면, '낙원의 밤'은 아닌 척 여성 캐릭터를 넘버원 끝판왕으로 치켜 세운다.

다만 여성 캐릭터의 활용이 통상적인 누아르와 비교해 가장 큰 변화라고 눈독 들이기엔 기승전 누아르 클리셰다. 누아르 클리셰를 위한, 혹은 빗겨가기 위해 노력한 누아르 클리셰. 결과적으로 조폭 세계의 배신과 처리 과정을 다루는 단순한 포맷에 그들만의 진부한 허세는 지워내지 못했다. 특별한 반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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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죽죽 우중충한 조폭들 사이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재연, 전여빈은 배우 전여빈을 대표할만한 명장면을 여럿 쏟아내 감탄을 자아낸다.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비주얼에 온갖 사연을 모두 담고 있는 처연한 눈빛, 폭주하는 냉혹함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다.

나쁜 짓을 해도 예쁜 짓을 해도 기본적인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엄태구는 '낙원의 밤'에서도 엄태구의 전매특허 매력을 뽐낸다.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캐릭터를 표현하는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절망·상심·불안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대·희망, 사람 냄새나는 단순함까지 인간의 온갖 감정을 모두 쏟아냈다.

태구와 재연의 독특한 관계성도 엄태구와 전여빈으로 인해 빛난다. 세상에 단 한명 남은 듯한 마지막 내 편을 향한 인간적 신뢰와 의지는 단순한 로맨스를 뛰어넘어 그들이 처한 극한 상황을 이해하고, 관객들도 몰입하게 한다. 예측 가능한 몇몇 대사는 소소한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

이들을 지켜보는 마 이사 차승원은 실제 후배 엄태구와 전여빈을 귀엽게 바라보는 선배 차승원과 같은 모습으로 마 이사를 오가며 온갖 내공으로 중무장한 여유로움을 즐긴다. 생사가 오가는 일조차 별 것 아닌 것처럼 굴면서 제 할 일은 똑부러지게 해내는 조직 임원. 분위기 쇄신도 차승원의 몫이다.

제주도의 풍광 만큼이나 관객을 자극하는 '낙원의 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물회와 제주도 소주다. '낙원의 밤'을 관람했다면 무조건 그 날 저녁은 '물회 각'이다. 올레에서 한라산으로 넘어가는 제주도 소주도 침샘을 자극한다. 디테일한 볼거리를 잃지 않았다. 러닝타임 131분. 9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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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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