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어 마켓컬리·두나무도 뉴욕 상장 추진 "왜 미국행을 택했나"

이선애 2021. 4. 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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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미국서 최소 10조 기업가치 가능..코인베이스 비교하면 100조도
마켓컬리 '적자' 감안해 바로 미국 상장으로..경영권 방어도 미국행 재촉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들이 미국행(行)을 재촉하고 있다. 마켓컬리에 이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량을 경신하고 있는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도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제2의 쿠팡'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나무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사와 활발한 미팅을 진행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국내 상장에서 나아가 나스닥(NASDAQ) 상장, 스팩 상장 등을 검토했으나 철회했고 결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대해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이용계약을 맺도록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 시행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 뉴욕증시 상장을 택한 것"이라며 "두나무와 투자사들은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나무가 뉴욕 증시를 선택한 이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1분기 매출액은 4600억원, 영업이익은 4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책정한 두나무의 추정 순이익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억원 수준으로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수준(40배)의 절반인 20배만 적용해도 기업가치는 9조7000억원이다. 그러나 사실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도 어렵고, 이 정도의 기업가치는 꿈꿀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은 특금법 개정 시행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 영업 중인 100여곳의 거래소들이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대폭 정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사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 문턱이 높아질 개연성이 커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상장을 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으로 절대 미국 시장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시장은 두나무가 미국 상장 시 최소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지만, 두나무 투자사들은 100조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다. 이유는 나스닥 상장 예정인 미국 1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에 기인한다. 코인베이스가 2020년 46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100조원을 인정 받았다. 두나무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이 4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100조원의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는 것.

적자 기업인 쿠팡은 사실상 국내서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지만 현재 미국 시장에서 80조~1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성장성을 인정해주는 환경 덕분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과거 실적을 주로 보지만 미국은 미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서 "투명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적극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 투명성이 부족하고 신뢰가 없다면 과거 실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쿠팡의 2018년 영업손실액은 1조원을 초과했고, 2020년 영업손실액도 무려 5800억원이지만,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 기업으로 당당하게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이를 바라보는 마켓컬리 역시 적자를 감안해 국내 상장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고 바로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바이오기업들 역시 미국 상장 추진의 배경으로 기업가치를 꼽는다. 현재 제넥신과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코이뮨,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에이비프로 등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으로 전해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나스닥의 상장 요건이 국내보다 유연하다"면서 "매출과 이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미래 성장성만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이 거의 없는 바이오기업들이 미국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미국에 있다는 점도 미국행을 선택하게 한 요인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국내에서는 1주에 하나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 비(Class B) 보통주 100%를 부여받았다. 김 의장은 일반주식(클래스A 보통주) 지분은 없지만 클래스B 주식을 통해 76.2%(최근 지분 매각 반영)의 의결권을 갖게 됐다. 만일 국내에서 상장을 했다면 경영권 방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쿠팡뿐만 아니라 마켓컬리와 두나무 등의 미국 상장 시도 배경에도 차등의결권이 꼽힌다. 마켓컬리의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경우 지분율이 10.7%(2019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에 상장될 경우 경영권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은 지분율이 26.8%로 상장 시 지분 희석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니콘 기업의 상장은 한 국가의 자본시장 수준 및 규모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자 세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쿠팡과 같은 유니콘 기업의 해외 상장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자본시장 국제화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곳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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