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그날 나는 뭘 했더라' 스러진 세월 속 사월의 기억 다시 떠올려 함께 나눠봐요

한은정 2021. 4.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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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얘기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4월은 시 구절처럼 가장 잔인한 달이 되었죠. 그날은 많은 사람에게 공통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요. 지난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도 그날의 기억을 묻는 데서 시작합니다. 쓰러져 가던 배를 바라보며 슬퍼하던 교사, 수업 시간에 소식을 접하고 그저 뉴스를 본 학생. 대통령을 만나러 온 유가족을 보며 말 한마디 못 건넨 카페 사장, 유가족 곁을 지키며 버텨온 인권활동가, 사고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기억에 힘들어하는 진도 어민. 그들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흉터처럼 남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꺼내놓습니다. 이전 세월호를 다룬 작품들이 사건의 진실과 상실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의도치 않게 목격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죠.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날 그 사건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2014년 4월의 기억을 돌아볼 용기도 주죠. 일상을 살아가도 괜찮고, 혹시 잊었다면 다시 기억하면 된다고. 따뜻하게 마음을 토닥여요.

이예음(왼쪽)·김재현 학생기자가 ‘당신의 사월’을 관람하고, 주현숙(가운데) 감독을 만나 영화와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세월호 참사 3년 뒤, 길을 가다가 노란 리본을 단 차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당신의 사월’ 스틸컷.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날 그 사건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주인공인 영화다.

“2014년 4월 16일,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뉴스로 실시간 상황을 봤어요. 초1 때였는데 지금보다 어리기도 했고 배 안에 갇힌 분들이 안타까웠을 뿐, 더 깊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모든 사람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재현) “당시에는 그런 참사가 있었는지 몰랐고 나중에 알게 됐어요. 너무 충격적이었죠.”(예음) 김재현‧이예음 학생기자는 시간이 흐르고 세월호 참사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학생기자가 ‘당신의 사월’을 관람하고, 주현숙 감독과 만나 영화와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죠.

예음 세월호 관련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사실 관련 뉴스 보기가 어려웠어요. 너무 슬프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지지 생각이 들면서 감당이 안 됐어요. 세월호 참사 3년 뒤에 길을 가다가 노란 리본을 단 차를 봤어요. 순간, 저 사람은 왜 리본을 달고 다니는지 궁금해졌죠. 그 전에도 노란 리본을 많이 달고 다녔을 텐데 그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겁나고 무서우면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싶잖아요. 저도 그런 시기를 보냈던 거죠. 근데 차에 단 리본을 보고 궁금해지고, 나는 왜 세월호만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으며, 울컥 눈물도 나고 그럴까 생각하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봐야 되겠다 했죠.

재현 지금까지 세월호를 다룬 작품과는 다르게 유가족의 이야기보다 일반 사람들 얘기가 나오고, 분위기도 따뜻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세월호 하면 그 당시에 봤던 게 너무 마음 아프기도 하고 이후에 해결이 잘 안 됐잖아요. 그러니까 좀 지겹다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피로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세월호 참사 자체보다 그걸 둘러싼 상황 때문에,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좀 덜 아프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너무 아프면 사실 안 보고 싶잖아요. 영화를 보고 화가 나기보다 자기가 봤던 때를 상상할 수 있게 당시 난 어땠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죠.

이예음 학생기자

예음 엔딩 크레디트에 가수 아이유가 나오던데 특별한 인연이 있나요.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아이유의 ‘이름에게’와 BTS의 ‘봄날’을 권해줬어요. 세월호를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세월호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라고요. 들어봤더니 실제 그런 느낌이 들었죠. 둘 다 원래 좋아했는데, 작업하면서 제 마음이 힘들 때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버텼던 것 같아요. BTS도 넣었어야 했는데 아이유만 넣었네요(웃음).

김재현 학생기자

재현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다들 잊지는 않고 계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랑 만날 때 대부분 자기가 그날 어떻게 그 소식을 들었는지 얘기해 주세요. 이 영화가 자기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해서 안 잊어버리기 위해 적기도 하고, 노란 리본을 메고 다니기도 하죠. 이게 ‘내 이야기다’ 하는 순간 더 잘 기억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 이거는 내 기억이고, 나는 그때 어땠는지, 충격을 받았는지' 이런 것들을 좀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게 어떤 희생자 혹은 유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여기고 좀 다른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더 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예음 제 또래 친구들은 세월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자세히 알기 위해 뭘 참고하면 좋을까요.
찾아보면 당시 영상이나 영화·다큐멘터리도 많아요. 4·16재단을 찾아보거나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서 유가족들이 하는 강연을 들어도 좋겠죠. ‘당신의 사월’도 공동체의 신청을 받아 영화 상영 및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함께하는 간담회 프로그램도 하거든요. 지금 유가족분들이 열심히 다니세요. 그건 세월호를 알리고 더 기억하게 하고 싶은 것도 있는데요. 이런 말을 저한테 해주셨어요. 초반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는데 너무 힘들고 정신이 없어 고맙다는 얘기를 제대로 못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가 고맙다는 얘기를 대신 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맙다며 간담회를 열심히 다니세요. 그런 말을 하고 다니시면서 오히려 힘을 얻으시는 것 같아요. 간담회를 신청하면 영화와 같이 유가족분의 얘기,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죠.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세월호 참사 3년 뒤, 길을 가다가 노란 리본을 단 차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을 연출한 주현숙 감독.

예음 영화 속에서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답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10대들이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제 아이는 지금 중3인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제가 얘기도 안 했는데 방에 노란 리본을 붙여놓고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걸 쓰기도 했죠. 요즘 학교에서도 노란 리본 나눠주겠다 그러고요. 4월엔 노란 리본을 나누면서 기억해도 좋죠. 선생님이나 학교의 인권 동아리 등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곳에 같이 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노란 리본을 같이 달고 다니면서 서로에게 용기도 주고 우리는 아직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재현 상업적인 영화가 아닌 소외계층에 관련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드셨던데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시사 프로그램 등 방송 일도 하는데, 독립 다큐멘터리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해요. 인간답게 평등한 세상이었으면 좋겠고 그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죠. 저는 영화가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방송이나 상업 영화 안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요.

재현 이 영화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알려주세요.
영화 홍보를 위해 SNS에 예고편을 올리면 댓글에 ‘초등학교 1학년 때 봤어’ 그런 글을 쓰더라고요. 학생이라고 다를 거 없이 어떤 기억이 있는지 얘기해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이 사회가 앞으로 좀 더 안전하고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러분도 당시 기억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친구들이랑 얘기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재현(서울 풍성중 2)·이예음(서울 언남중 1)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본 ‘당신의 사월’

세월호 참사는 그저 슬픈 사건이라고만 여기며 가끔은 잊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유족들을 가까이에서 본 당사자분들이 토로하는 감정을 보고 들으며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죠. 더 이상 사건 수사가 힘들다는 사람들, 유족들을 근거 없이 비난하며 방해하는 사람들까지.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세월호 사건의 내면을 알게 되면서 이 사건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영화에서 상처를 회복하는 마지막 단계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다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 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죠.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세월호 사건을 망각하지 않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 같았죠. 세월호 참사는 나와는 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되, 이 사건을 잊어버리지 말자, 그들을 기억하면서 추모하자! 영화를 감상하고 주현숙 감독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에 대해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영화가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란 리본을 달고 같이 세월호 추모하며 기억하면서 또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 올해는 세월호 참사 7주기입니다. 당신의 사월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현(서울 풍성중 2) 학생기자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 줄 몰랐어요. 세월호 희생자 중 한 명이 무대에서 말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죠. 이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고 세월호에 대해 더 관심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미 지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 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어요. 세월호 학생들을 기억해야 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죠.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이 영화를 꼭 보세요. 주현숙 감독님을 만나 인터뷰한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인터뷰하기 전에는 긴장되고 실수할까 봐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이예음(서울 언남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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