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설경구 "영화는 멜로, 배우들의 평생 로망"

조연경 2021. 4.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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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처음'이 선사하는 의미는 그 깊이가 다를지언정 누구에게나 남다르다. 숱한 경험치를 쌓았다 생각한 순간, 꽤나 닳고 닳아 새로움을 갈증하는 순간 만나게 된 '첫 정'은 아는 것이 많기에 더 설레고 실수없이 가진 매력을 온전히 쏟아붓게 만든다. 설경구와 '자산어보', '자산어보'와 설경구는 작품과 배우를 넘어 관객에게도 신선하면서도 안정적인, 낯설지만 익숙한 설레임을 선사한다.

데뷔 28년만에 만나게 된 사극 장르다. 누구든 '진짜?'라고 되물을 정도로 시대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미(美)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기회는 당연히 많았지만 직접적으로 움직이기엔 망설임이 더 컸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안하는 연기는 있어도 못하는 연기는 없을 법한 배우 설경구지만, 스스로에게는 '못함'이 조금 더 앞섰던 순간들. 많은 이들이 두드렸을 문을 최초로 열어재낀 이는 역시 신뢰의 이준익 감독이다.

본격적인 촬영 전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설경구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건넨 이준익 감독의 호쾌한 감상평은 나이 오십을 넘긴 설경구에게도 꽤나 수줍은 칭찬으로 다가갔고, 꾹꾹 눌러 담았던 용기를 새삼 샘솟게 만들었다. 이젠 흑백이 아닌 컬러 사극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설경구. 진정한 사극 대가로 떠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

선배 앞에서 후배들만 노력하라는 법 없다.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이기 전 동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 수 있는 형으로 다가가기 위해 설경구 역시 노력한다.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는 관계성은 설경구를 브로맨스 장인으로 이끌었다. 장소, 시간을 막론하고 하루 두 시간씩 뛰어 넘는 줄넘기는 설경구의 미모를 회춘(?) 시키고 있는 묘약. 여전히 유효한 지천명 아이돌 팬덤의 애정 속 최종 로망은 모든 배우들의 로망이기도 한 영화의 꽃 멜로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자산어보'는 촬영 중 세 번의 태풍을 만났다. 태풍이 몰아칠걸 알면서도 섬에 남아 있었다고. "집에 가기 너무 멀다. 배타고 한시간 넘게 목포에 가서, 또 서울까지 가 다시 돌아올걸 생각하면 너~무 멀다.(웃음) 멀어서 못 갔다는건 솔직히 농담이고, 그 자리를 떠나기 싫었다. 첫번째 태풍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정면으로 맞이할 수 밖에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두번째 태풍이 오기 전엔 스태프들이 오후 늦게 '태풍 때문에 2~3일 촬영 없습니다'라고 알려주더라. 섬을 쭉 돌아 보니 스태프들은 이미 육지로 떠나 버렸다. '무슨 도망가듯이 떠나냐~' 했는데 변요한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너 나랑 2~3일동안 태풍 보면서 놀자'고 했다."

-약전과 창대처럼 설경구와 변요한도 벗이 됐겠다. "서로 진짜 벗이 됐다. 낭만적이었다. 호프집에 낮부터 앉아 있으면, 주인 분이 음악을 틀어주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내 취향에 맞게 틀어주신 것 같다. 대학가요제 음악들이었다.(웃음) 그걸 요한이도 좋아하더라. 비맞으면서 지나가는 고양이 보고. 거기 주인집 어린 딸이 있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연락했더니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고 하더라. 섬에서는 같이 놀고 그랬다. 감독님도 콘티 작업 하신다고 안 떠나셨다. 우리 세상이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좋은 추억이 생겼다."

배우 설경구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가거댁 이정은과의 로맨스도 흥미롭다. "정말 편했고 편하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 시절부터 봤던 사이라 그런지 이정은 배우가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했다. 연기를 할 때도 상대 배우를 보며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극중 로맨스 아닌 로맨스도 우린 꽤 즐겁게 여러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최대한 담백하게 담아 주셨다. 과정도 결과도 재미있다."

-오래 지켜본 만큼 진정한 대세 배우가 된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정은 배우는 너무 늦게 된 것 같다. 벌써 전에, 훨씬 이전에 알려졌어야 하는 배우인데 정은 씨가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많이 늦어진 것 아닌가 싶다. 정은 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였다. 잘 즐기고, 재미있는, 정말 웃기는 친구다. 정도 많지만 정확한 부분도 확실하다. 재주도 많고, 춤도 잘 추고, 말 그대로 무대를 휘어잡는 배우였다. '지하철 1호선'이라는 연극을 함께 했는데 이정은이 말 그대로 주인공이었다. 다 잡아 먹었다.(웃음) 그러다 사고를 친게 아주 대형사고다. '역시 이정은이다' 싶다."

-짧은 멜로 연기가 정통 멜로에 대한 갈망을 높이지는 않았나. "원래 배우들의 최종 로망은 멜로다. 요즘에는 장르 영화가 유행을 하다보니 너도 나도 우르르 장르 영화를 하고 있는데 태초부터 영화는 멜로다. 나 역시 멜로는 언제나 하고 싶다. 시켜만 주면 좋겠다. 근데 책도 잘 없고 연락도 없다. 하하."

〉〉인터뷰③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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