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금융위는 왜 'H'의 연락을 얘기했을까

송승섭 2021. 4.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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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어렵습니다.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초 금융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쌍용차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31일까지 HAAH의 인수의향 및 투입자금 규모 등을 담은 LOI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이죠.

쌍용차에 돈을 빌려준 주채권은행 산은의 상위기관이 금융위인데, 금융위의 수장이 이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쌍용차의 P플랜은 어려워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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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CEO 간담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문호남 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H에서 연락 없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여러 경우에 대비해 훈련했으니 결과를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은행연합회관에서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현안을 논의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 때문입니다. H에서 연락은 없었다는 말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일까요?

은 위원장이 언급한 ‘H’는 2014년 설립된 ‘HAAH오토모티브’라는 회사를 말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자동차 유통회사로 북미에 해외 자동차를 공급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의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되면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인도기업 마힌드라에 투자할 의향을 밝힌 것이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한 쌍용차는 애초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실시할 계획이었습니다. P플랜이란 신규투자나 채무변제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전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빠르게 회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P플랜 조건이 'HAAH' 투자의향서…금융위원장 "H 연락 없었다"

만약 법원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쌍용차는 꼼짝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죠.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이 직접 법정관리인을 임명하고 일정 기간 회사의 경영과 재산을 맡깁니다. 기업의 채무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남은 재산을 채무자에게 돌려주고 기업은 파산시키죠.

법원은 ‘P플랜’의 실시조건으로 ‘HAAH’의 투자의향서(LOI)를 걸었습니다. 지난달 초 금융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쌍용차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31일까지 HAAH의 인수의향 및 투입자금 규모 등을 담은 LOI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것이죠. 쌍용차는 이 투자의향서를 받아 채권자들에게 공유하고 2~3개월의 단기 법정관리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었습니다.

은 위원장이 말한 ‘H의 연락’도 HAAH의 투자의향서를 뜻합니다. ‘연락이 없다’는 말은 HAAH가 정해진 기한까지 투자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쌍용차에 돈을 빌려준 주채권은행 산은의 상위기관이 금융위인데, 금융위의 수장이 이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쌍용차의 P플랜은 어려워졌죠.

결국 법원은 다음날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채권단에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보냈죠. 법원은 "쌍용차에 기회를 부여했으나 기한 안에 유의미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더는 절차를 지연시킬 수 없어 부득이하게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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