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제값 받기' 정공법..中서 옛 성장방식 버렸다

김영민 2021. 4.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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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상하이 국제 크루즈터미널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나이트’에서 드론 약 3500대가 상공에 띄워져 제네시스의 중국 출시를 자축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출시하면서 선택한 카드는 ‘제값 받기’였다. 중국 내 어떤 영업지점을 가든지, 온라인 쇼핑으로 차를 사든지 G80·GV80을 모두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실적이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기존 영업 방식과 결별하고, 수익성 강화를 비롯한 질적 성장으로 궤도를 전면 수정하겠다는 취지다.


中 진출한 제네시스 ‘원 프라이스’…수익성 강화 전략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중국명 지에니시아스)는 지난 2일 중국 상하이(上海)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공식 출시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 대표와 제네시스사업부장을 겸임하는 장재훈 사장은 영상 메시지로 “차별화한 가치를 원하는 중국 고객에게 제네시스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드론 약 3500대가 상하이 상공에 띄워져 제네시스의 중국 출시를 자축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네시스를 중국 내 모든 구매 채널에서 같은 가격(원 프라이스)으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법인 영업손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제네시스의 제값 받기 정책에는 내수 시장에서 거뒀던 성공 방정식을 중국에서 재현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담겨있다. 내수 점유율이 30% 초반까지 감소했던 2016년 말 현대차는 이광국 당시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국내영업본부장에 선임했다. 영업지점(직영점·판매대리점 등) 모두 예외 없이 같은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는 법인·택시 판매도 줄였다. 처음에는 직원 상당수가 반발했다. 그런데 제값 받기는 결국 효과를 냈다. 브랜드 평판이 높아지며 ‘안티 현대’(현대차에 비판적인 소비자)가 줄어들었다. 코나·팰리세이드 같은 신차 효과가 더해지며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까지 40%대까지 회복됐다.


제값 받기, 현대차 내수 반등 이끌어
당시 현대차의 내수 반등을 이끌었던 이광국 본부장은 현재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매년 한 차례 이상 최고경영진이 바뀔 정도로 험지인 중국 내 반등을 위해 정의선(51) 회장이 직접 중용했다. 정 회장은 “영업에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론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조만간 중국 판매를 시작할 제네시스 GV80(왼쪽)과 G80.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44만1000대까지 감소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판매량이 22만4000대에 그쳤다. 2010년 초반까지 현지에서 폴크스바겐·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빅3로 꼽히고, 2016년까지 100만대 이상 판매했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위상은 옛말이 됐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중국은 이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 공장을 크게 짓고, 단순히 차를 많이 팔았던 기존 관성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중국 고객에게 ‘현대차는 뭐가 어떻게 다른가’를 설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중국 시장 판매량 목표를 각각 56만2000대, 25만5000대로 정했다.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싼 차’라는 기존 인식을 없애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중국에 출시한 팰리세이드를 국내(3500만원대)보다 비싼 29만8800위안(약 5100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 판매할 G80·GV80도 현지법인(북경현대) 생산 대신, 현대차그룹중국지주회사(HMGC)가 울산 공장에서 직접 수입하기로 했다. 현지화보다는 수입차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의선 회장, 지나친 현지화 탈피…전략통 중용
화교나 꽌시(關系, 인맥 문화)를 중용했던 현대차그룹 중국 경영진의 면면도 올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동풍열달기아(기아 중국법인)는 최근 류창승 상무를 전무로 승진, 총경리(법인장)로 선임했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에서 이광국 사장과 호흡을 맞췄던 류 전무는 직전까지 현대차그룹 중국지주사에서 브랜드전략실장을 지냈다. 기아는 중국에서 소형차에 의존했던 기존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위주로 재편할 계획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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