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김 "中 코로나 퍼뜨렸다" 파문..한인 의원도 손절 나섰다
다음 달 예정된 미국 텍사스주 제6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선 한국계 정치인 세리 김이 현지에서 ‘혐오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퍼뜨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파장이 계속되자 ‘한국계·여성·공화당’이란 공통점을 바탕으로 세리 김을 지지했던 현역 의원들도 ‘선 긋기’에 나섰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주최한 정치 토론회에서 나왔다. 3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세리 김은 중국계 이민자를 암시하며 “나는 그들이 이곳(미국)에 있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훔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기도 했다”며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언 말미에 자신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발언의 역풍은 거셌다. ‘아시아계가 또 다른 아시아계에 가하는 인종 차별’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같은 당 현역의원들이 발 빠르게 ‘손절’에 나섰다. 특히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이자 공화당 소속인 영 김(58·김영옥), 미셸 박 스틸(65·박은주)은 지지를 공식 철회한다는 성명을 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두 의원은 성명에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혐오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을 한 점을 사과하라고 했지만, 세리 김은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말은 우리가 지지하는 가치에 반한다”며 “양심적으로 세리 김의 출마를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리 김은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WP에 따르면 그는 해당 발언에 대해 “중국계 이민자가 아닌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인데, 나를 반(反)아시아 적인 사람으로 묘사하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이 급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지 최근 이를 촬영하고 보도하는 일이 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아시아인으로서 차별을 경험한 적도 별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신들은 ‘트럼프 추종자’로 꼽히는 세리 김이 트럼프식 ‘안티 차이나(anti-China)’ 정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말미에 코로나19를 언급하며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세리 김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긴다”며 “그가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로 강력한 지지자였다.
세리 김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했다. 국제 로펌 변호사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정부의 보건부 고문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2016년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뒤 보건부 수석 고문과 중소기업청 여성사업가 담당 청장보로 일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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