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하나로 과거여행? '마블 시리즈' 배우도 감동한 이 설정
[이학후 기자]
▲ <싱크로닉> 영화 포스터 |
ⓒ 조이앤시네마 |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는 미국의 독립 SF 장르 영화에서 시간을 소재로 삼아 독창적인 상상력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두 사람이 연출, 제작, 촬영, 각본, 편집, 때론 주연까지 도맡은 <레졸루션>(2013), <스프링>(2014), <타임루프: 벗어날 수 없는>(2017)은 시체스 영화제,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줄곧 받았다. <타임루프: 벗어날 수 없는>은 로튼토마토 선정 '비평가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장르 영화'에 올랐고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작품상을 받았다.
<싱크로닉>은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가 손잡은 4번째 작품이다. 연출, 제작, 각본, 촬영, 편집을 단 두 사람이 맡은 저예산 SF 영화지만, 배우진은 화려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팔콘' 역으로 친숙한 안소니 마키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억만장자 '크리스찬 그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도넌이 주연을 맡아 마치 A급 규모의 영화처럼 보인다. 현재 몸값이 치솟은 안소니 마키가 작은 규모의 <싱크로닉>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 <싱크로닉> 영화의 한 장면 |
ⓒ 조이앤시네마 |
극 중에서 싱크로닉을 먹으면 7분 동안 과거로 갈 수 있다. 여기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시간대는 약을 복용한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생명체나 사물도 함께 과거로 갈 수 있지만, 현재로 돌아올 땐 반드시 손으로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오려면 처음 위치에 있어야 한다. 7분 후 다시 열리는 공간을 놓치면 영원히 과거에 머물러야 한다.
▲ <싱크로닉> 영화의 한 장면 |
ⓒ 조이앤시네마 |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는 악몽으로서의 과거를 끄집어낸다. 사라진 데니스의 딸을 찾고자 스티브가 갔던 뉴올리언스의 다양한 과거엔 야만과 정복, 인종차별과 대립이 가득하다. 그가 마주했던 차별과 폭력은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입부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스티브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재미 삼아 넣은 게 절대 아니다. 과거로 갔던 스티브가 유일하게 친구로서 소통할 수 있었던 인물이 빙하기의 원시인이었단 점은 인류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한 건 아니란 의미이기도 하다.
스티브가 흑인으로서 역사를 돌아보는 필터라면 백인 데니스는 무너진 미국은 이상적인 가족상을 상징한다. 가족의 파괴, 나아가 사회가 망가진 원인은 마약 중독과 소통 부재에 있다. 영화는 해답을 '연결'에서 찾는다.
<싱크로닉>이 첫 장면에서 남녀가 맞잡은 손을 놓으면서 싱크로닉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 장면에선 흑인 스티브와 백인 데니스가 악수하는 장면을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기주의와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대를 향해 내민 손길, 바로 서로의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연결되어 함께 사는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스티브의 입을 빌려 말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게 있어. 시간이 계속 흘러서 남은 시간이 적을수록 현재가 아름답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은 언제나 기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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