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㉟] 프로듀서·믹스 엔지니어 스테이튠 "음반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가 존중 받길"

류지윤 2021. 4.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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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와 2015년 이후 함께 작업
"매번 발전된 음악 들려주고파"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본인제공

스테이튠(STAY TUNED, 신용식)은 프로듀서 겸 믹스 엔지니어다. 작곡가로서는 2010년 유키스의 '라이트 잇업'(LIGHT IT UP)으로 데뷔해 크러쉬, 지코, 다이나믹듀오 등의 곡을 작업했으며 믹스 엔지니어로는 아이유, 몬스타엑스 아이엠, 모모랜드, 던, 위아이, 그루비룸, 제시 등 수많은 가수들의 곡을 만졌다.


그는 2019년 7월 자신의 작업실 '스테이튠'을 차리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곡가, 프로듀서는 대중에게 익숙한 직업이지만 믹스 엔지니어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분야다.


"음악을 잘 포장 해주는 작업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골라오면 제가 어떻게 전달해야 예쁠까 고민 하죠. 작업은 프로듀서 마음으로 접근할 때도 있고, 반대로 저에게 주신 재료만으로 잘 조합 하려고 할 때도 있어요. 이건 의뢰한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요. 다만 아티스트와 교류가 있는 상황은 조금 더 자유롭죠. 그렇지 않고 제 작업물을 듣고 연락주실 땐 고민을 많이 해요. 레퍼런스를 보내주신 걸 듣고, 최대한 맞춰서 색깔을 담아드려야 하나, 아니면 이것보다 조금 더 과감한 방향으로 해봐도 될까 이 사이를 매일 오가는 것 같아요."


작곡가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곡을 믹스할 때와 의뢰받은 곡을 믹스할 때 우선순위를 달리 두고 작업에 임한다.


"믹스 엔지니어로 믹스를 해 줄 때와 제 곡을 믹스까지 할 때는 작업 방향이 많이 달라져요. 프로듀서로 제가 작업한 음악을 믹스하면 제한이 없죠.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요. 반면 믹스 의뢰가 들어오면 작품자가 어떤 고민과 무드로 이 곡을 만들었는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해요. 그 안에서 예쁘게 소리를 포장해주죠."


믹스 엔지니어라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느냐'란 질문을 꽤 찾아볼 수 있다. 스테이튠은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이수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자신의 입문 과정을 전했다.


"노트북과 헤드폰만 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게 믹스입니다. 음악의 좋고 나쁨의 기준이 사라진 시대잖아요. 자기가 좋으면 그게 좋은 거죠. 초반에는 내가 한 것과 레퍼런스를 비교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욕심이 생기고 색다른 시도를 하면서 자기 색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50만원 짜리 컴퓨터 한 대와 헤드폰 밖에 없었어요. 트랙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고요. 믹스도 연습을 해보려면 비트가 있어야 하잖아요. 내 곡과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이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캐치하게 되면서 그렇게 귀가 트여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기니 공부를 하게 되고요."


그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마이클 잭슨에 대한 로망과 존경 때문이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CD와 테이프를 사서 크레딧을 살펴보는 일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고. 자연스럽게 프로듀서, 믹스, 마스터링이란 단어를 발견하고,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음악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이클 잭슨 CD, 테이프 크레딧에 프로듀스 바이, 믹스드바이, 마스터드 바이가 적혀있는데 각자 다른 이름인 것도 있었고, 모두 한 이름일 때도 있더라고요. '이건 뭐지? 나도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프로듀싱과 믹스, 마스터링 작업이 분리돼 있었어요. 나는 모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야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믹스 작업이 많아져서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지만요.(웃음)"


스테이튠 작업실ⓒ본인제공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의 활동은 어떤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 사람이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졌지만 최근에는 장르에 따라 나눠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알엔비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은 쭉 알엔비를 하고, 힙합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은 계속 힙합 믹스를 해요.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나눠지더라고요. 저는 이 흐름이 좋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저한테 발라드 작업 의뢰가 들어와서 해봤는데 제가 알엔비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죄송하다고 거절하기도 했어요."


스테이튠은 크러쉬와 막역한 사이였다. '오아시스'로 인연을 맺은 뒤 음악적 취향이 맞아 이후 앨범을 함께 작업해왔다. 그는 크러쉬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다른 팀 작업으로 크러쉬가 제 스튜디오에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처음 만났죠. 당시 앨범 제작하시던 분께서 제가 만든 음악을 크러쉬에게 피처링을 부탁했어요. 크러쉬가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고맙게도 피처링을 해줬어요. 그게 인연이 됐죠. 그 곡이 '오아시스'입니다. 이제 음악을 함께 하는 느낌이라기 보단, 같이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웃음)"


독립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크러쉬였다.


"크러쉬랑 같이 작업실을 썼어요. 믹스 일을 많이 하다보니까 외부 사람들이 작업실에 오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크러쉬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어요. 이참에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새 작업실을 차렸습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아이유의 정규 앨범 5집 '라일락'의 '빈컵' 믹스를 맡은 스테이튠. 아이유의 곡을 작업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아이유 씨 앨범 발매된 날,팬 분들이 SNS에 포스팅하지 않냐고 DM이 엄청오더라요. 그런 DM을 처음 받아봤어요.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역시 파급력 아티스트구나란 걸 느꼈어요."


그의 요즘 가장 고민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설렘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브루노 마스‧앤더스팩의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을 들으며 잊은 줄 만 알았던 음악을 향한 설렘을 느꼈다. 그날은 신이 나서 크러쉬와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에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듣고 큰 감흥이 없다는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예전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감동도 많이 받았거든요. 밖에 나가면 음악이 시끄럽게 나오는 곳을 안가게 되고요. 그런데 최근에 브로노마스와 앤더스팩이 작업한 곡을 듣고 무릎을 탁 쳤어요. 앨범 나온 날 크러쉬와 '정말 오랜 만에 음악 때문에 설렌다'는 내용의 통화를 했어요. 그 음악이 좋기도 했지만 우리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기뻤어요."


그가 믹스 엔지니어로 일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작업해서 보낸 곡이 수정사항 없이 완료 될 때다.


"너무 좋아요. 수정사항 없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이 진짜 일확천금을 얻는 것보다 좋아요. 상대방의 마음을 100% 읽어 작업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발매된 날 문자 주시면 그것도 감사하고요."


스테이튠은 작곡가가 음악을 만든 후, 녹음, 믹스를 거쳐 발매가 되기까지 중요하지 않은 건 단 한 순간도 없다고 말한다. 모든 작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만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믹스나 마스터링 과정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할 때가 많아 아쉬움을 내비쳤다.


"최종 음원에서 사운드가 좋으려면 믹스가 좋아야하고, 믹스가 좋으려면 작, 편곡이 좋아야 한다고들 말해요. 이 과정 하나도 거를 수 없어요. 하지만 믹스, 마스터링은 그 만큼 대접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죠. 그래미처럼 앨범이 상을 받으면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닌, 모두가 존중 받으면서 작업할 수 있길 바라요."


그는 자신을 믿고 찾아주는 아티스트, 관계자를 위해 최고의 결과물로 돌려주는게 목표다. 항상 성장한 음악으로 자신을 다시 찾게 만들고 싶다.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나 저와 작업하시는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발전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결과물을 돌려드렸을 때 놀라실 수 있게 말이죠. 남몰래 노력하고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저의 목표는 그겁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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