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고비 넘으니 '땅투기 폭탄'..SK가 공들인 용인 반도체 단지

최현주 2021. 4. 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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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땅 투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SK하이닉스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올해 연말 착공을 앞두고 가운데 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자칫 구설에 오를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에 122조원을 투자해 반도체공장 4곳을 지을 예정이다. 2024년 반도체 생산라인(팹 1기)을 완료한 뒤 4년 단위로 팹 한 기씩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이곳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50여 곳이 함께 입주할 예정이다.


어렵게 불씨 살렸는데 악재 만나
하지만 최근 전직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소속 공무원 A씨가 아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부지를 매입해 3년 만에 시세가 25억원가량 올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2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공들여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잡음’이 생긴 게 달갑지 않다. 투기 의혹 관련 조사가 길어지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혹시 모를 내부 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 SK하이닉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SK하이닉스는 내부 직원 단속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혹시 직원 중에 미리 땅을 사놨다가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 120조원짜리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어서다. 더구나 토지 매입 전에 투기 바람이 불면 지불해야 하는 땅값이 올라가는 만큼 SK하이닉스로서는 불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사업 최종승인…행정절차 마무리
3일 경기도와 용인시 등에 따르면 용인시가 지난달 29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대해 최종 승인을 하면서 주요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대 416만㎡ 부지(약 126만 평)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2019년 3월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산업단지 특별물량을 배당받았고, 경기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올 1월)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3월)를 통과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보상을 마치고 착공할 예정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연합뉴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소식이 알려진 2019년부터 직접 고용 1만5000여 명, 협력업체 포함 5만여 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되면서 용인시 처인구 일대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부동산 업계에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효과로 적어도 1000억원이 넘는 토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기대감으로 1000억대 토지 거래
SK하이닉스는 생산 확대를 위해 추가로 공장을 지을 부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수도권 공장 총량제’ 제한을 받아 수도권에는 공장을 지을 수가 없는 처지였다. 이미 경기도 이천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1982년 제정한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른 공장 총량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제도다.

공장 총량제 탓에 수도권에 공장을 두고 있는 업체는 추가 증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시설을 임대하거나 지방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정부는 2019년부터 해외에서 돌아온 유턴 기업을 대상으로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했고 SK하이닉스도 그 혜택을 입었다.

SK하이닉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용인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과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외 우수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고급 두뇌 유치가 어려워서다.


SK하이닉스 “조사 지켜보는 중”
협력업체와 유기적 연계도 중요하다. 여기에 전력‧용수‧교통망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이유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회원사 기준)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있다.

SK하이닉스로서는 이렇게 어렵게 성사시킨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에 자칫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하이닉스 측은 “조심스럽게 경찰과 지자체의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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