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불리할땐 해명창구..'김어준 뉴스공장' TBS에 연 300억

오현석 2021. 4.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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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방송인 김어준 씨. 사진 SNS 캡처


“국민의힘 측에서 기획 인터뷰를 대부분 거부하시는 바람에 한쪽 정당의 후보나 관계자밖에 못 모시고 있다. 이것은 저희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1일 오전 방송에서 한 말이다. 이날 뉴스공장의 기획 인터뷰 ‘4·7 재보궐 선거 D-6, 전 대표에게 듣는다’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출연한 채 진행됐다. 김 씨는 인터뷰 시작에 앞서 “황교안 전 대표께도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인터뷰 의사가 없다는 답변을 해 주셔서 한쪽밖에 못 모셨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만 뉴스공장에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선거운동 첫날(지난달 25일)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만 방송에 출연했다. “양쪽에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오세훈 후보 측에서는 일관되게 인터뷰를 거절해 왔다”는 게 당시 김 씨의 해명이었다.

지난달 29일에도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만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김 씨는 인터뷰 말미에 “저희가 자주 모시고 싶어도 오 후보 측에서 안 나와서 자주는 못 모실 것 같다”며 “선거 임박해서 한 번 더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야당 후보의 빈 자리를 대신한 건 국민의힘을 향해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제보자였다. 지난달 25일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국회 식당’ 특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변조된 목소리로 인터뷰했고, 지난달 29일과 31일, 그리고 지난 2일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경작인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3차례나 출연해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일 방송에는 오 후보가 방문한 내곡동 생태집 사장이라는 황 모 씨 모자(母子)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이날 방송에서 “(당시 오 후보의 모습을) 기억한다.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상당히 멋진 페라가모 구두였다”고 말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오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을 담은 방송이 이어지자, 이날 야당에선 “뉴스 공작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 선대위 방송이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국민의힘 당직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與 불리할 때는 해명 창구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송 출연 등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그가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녹화 방송이었다. 유튜브 캡처

방송인 김어준 씨는 민주당 지지층에겐 각별한 인물이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하며 공세를 차단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비판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 씨는 “누군가 자신들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에게 드렸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회견문을) 읽어보면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건 명백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진 2018년 초엔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란 음모론도 내놓았다.

뉴스공장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여권 인사들의 해명 창구 역할도 해왔다. 2019년 10월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뉴스공장에 출연해 표창장 위조 및 인턴 허위 증명서 등 관련 의혹에 답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이 제기됐을 땐 익명의 카투사 동기가 뉴스공장에 출연해 추 장관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연 300억 원대 출연금…선거 쟁점 부각

김어준 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뉴스공장에서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적극적인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스공장이 방송되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엔 올해 한 해 동안 서울시 예산 37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튜브 캡처

문제는 뉴스공장이 방송되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에 매년 300억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이 출연금으로 투입된다는 점이다. 야권에서 “지금 같은 TBS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금태섭 전 의원)거나 “TBS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오 후보 측 역시 “TBS는 교통방송으로 교통 상황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김어준 수호”를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뉴스공장이 없어질 수 있다”며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신가?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직 박영선”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 측은 야권의 문제 제기 자체가 ‘언론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 YTN 라디오에서 “TBS 방송 지원 중단 문제는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언론을 이런 식으로 탄압하는 발언을 하는 자체가 과거 지향적”이라고 했다. 박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 역시 야당이 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독재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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