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난자로 만든 시험관 아이"..온라인서 번진 '구미 미스터리'

김정석 2021. 4.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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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피로감"..댓글서도 갑론을박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달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DNA 검사 인정하지 못한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뉴스1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첫 신고가 접수된 후 50여 일이 지났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숨진 아이의 친모로 지목된 A씨(48)는 ‘아이 바꿔치기’ 혐의는 물론, 출산 사실까지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이 A씨가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보는 손녀는 행방자체가 묘연한 상태다.

사건이 장기화되자 온라인에서도 네티즌들이 온갖 추측과 주장을 내세우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는 A씨 가족이 공개한 신생아 사진이다. A씨의 딸 B씨(22)가 구미시 한 산부인과에서 2018년 3월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 뒤 입원한 기간 중 사진이 촬영됐다. 처음 이 사진을 공개한 A씨 가족은 “(아이 바꿔치기를 위해) 신생아 인식표(발찌)가 절단되거나 훼손된 것이 아니라 그냥 빠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김한탁 구미경찰서장이 '구미 여아 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사진이 공개되자 논란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신생아라고 하기엔 아이가 너무 크다”는 말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에 공개된 신생아의 몸무게는 3.485㎏.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신생아는 수분이 빠져서 초반에는 몸무게가 줄어드는데 길어야 일주일 만에 저렇게 컸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A씨 가족이 추가로 공개한 또 다른 사진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A씨와 A씨 남편 등 4명의 가족이 방 안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공개한 A씨 남편은 “(사진 속 A씨가) 임신한 몸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 “A씨는 임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실제 가족들이 임신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거나 “펑퍼짐한 옷으로 몸매를 가렸다” 등의 반론을 제시했다.

친모가 일관성 있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경찰이 A씨가 친모라는 사실만 두고 증거도 없이 모든 것을 끼워맞추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숨진 아이의 DNA 샘플을 잘못 채취해 이런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과학에 기초한 증거를 무시하고 그저 우기고 있는데 경찰은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비판도 눈에 띄었다.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A씨(48)의 남편이 공개한 2018년 2월 16일 사진. A씨는 단발머리로, 오른쪽 두 번째. [사진 A씨 남편]


사건이 워낙 미스터리에 휩싸여 있다 보니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우는 이들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더 큰 범행이 밝혀질까봐 아이를 낳은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A씨의 난자로 ‘시험관 아이’를 가진 것 아니냐”는 추측, “산부인과 의원이 A씨와 짜고 벌인 행각”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2019년 구미시 진평동 주택가에서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신생아 시신이 발견된 사건과 이 사건이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일 비슷한 내용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크다”는 네티즌도 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건이 너무 복잡해 입시 공부하듯이 기사를 읽어야 할 지경”이라며 “나중에 모든 미스터리가 풀린 뒤 이를 정리한 기사만 읽고 싶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고 이런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일까지 A씨의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A씨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유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구미=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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