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혀 내민 채 미라 됐을까..깃털 뽑힌 앵무새 '700년전 비극'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마코 앵무새(macaw)가 의외의 지역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앵무새가 발견된 곳은 지구상 가장 메마른 땅으로 불리는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이다.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앵무새가 어떻게 사막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걸까?
29일(현지시간) 호세 카프릴스 펜실베이니아대 인류학 조교수 연구팀은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지역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앵무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아타카마 사막 등 인근 유적지 곳곳에서 수십 마리의 앵무새 미라가 발견됐다. 앵무새 미라는 혀를 내민 채로 입을 벌리고 있었고, 비행하듯 날개를 펼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보자기나 가방 속에 들어있는 채로 발견된 것도 있었다.
연구팀은 누군가 살아있는 앵무새를 죽인 뒤 방부 처리한 것으로 보고 3년간의 연구 끝에 유력한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앵무새들이 1100~1450년, 아마존에서 아타카마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482㎞ 거리를 건너왔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앵무새가 평균 1만 피트(3048m) 높이의 안데스 산맥을 어떻게 건너왔는지가 미스터리였다. 그에 대한 실마리는 앵무새 유골과 함께 발견된 '라마 캐러밴'(llama caravan)에서 발견됐다.
캐러밴은 여러 명의 상인이 집단을 이루어 사막지대를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당시 상인들이 라마가 끄는 수레에 앵무새를 실어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700년 전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 중남미에서 조개, 금속, 동물 및 그 깃털이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사실이 또 다른 단서로 제시됐다. 마코앵무새가 값비싼 상품으로 거래돼 이국땅으로 건너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이렇게 건너온 앵무새가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방사성탄소 연대 분석 결과 주요 무역지이자 농업지였던 피카8 지역 사람들이 먹은 음식과 같은 성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카플리스는 "당시 아타카마에서 농장을 운영하거나 부자 상인들이 마코앵무새를 애완동물로 길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한 앵무새의 말년은 비극으로 끝났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당시 앵무새 깃털이 장신구, 의류 제작에 인기 재료였는데, 미라의 깃털이 모두 뽑혀 있었기 때문이다. 카플리스는 "결국 상인들에게 마코앵무새는 깃털을 얻기 위한 '황금알을 낳는 암탉'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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