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한우연·전석호가 전하는 '비밀의 정원' 생명력

류지윤 2021. 4. 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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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미열' 장편으로 만든 작품
제11회 부산평화영화제 대상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초청


영화 '비밀의 정원'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사건 이후의 삶을 섬세하게 다뤘다.


2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비밀의 정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 박선주 감독, 한우연, 전석호가 참석했다.


'비밀의 정원'은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던 한 가족에게 오래전 비밀로 묻어둔 사건이 되살아날 때, 구성원 모두가 기억으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가족 이야기다.


이 작품은 박선주 감독의 단편 '미열'에서 시작해 장편으로 확장된 영화다. 박선주 감독은 "시작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기사를 본게 계기가 됐다. 기사의 내용이 10년 만에 DNA 대조로 범인이 붙잡혔다란 내용이었다. 피해자에 대해선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다고 짧게 언급돼 있었다. 기사를 읽고 10년이 지났다면 30대 초반이 됐겠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그 인물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싶었다"며 "범인이 10년 만에 붙잡혔단 소식을 들으면 기쁘기만 할까. 또 다른 불안감이 생기진 않았을까 어떤 감정일지 들여다보자 해서 찍게 됐다"고 영화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한우연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자극적이지 않아 흥미로웠다"고 출연한 이유를 전했다.


반면 전석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 망설였다. 그는 "저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고 경험이 많은 배우가 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경험이 많은 분들이 했을 때 더 많은 공감을 부르지 않을까 싶었다"고 이유를 말했다.


영화는 정원이 성폭행을 당한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려진다. 정원은 결혼 후 수영강사로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지만, 범인이 붙잡혔단 소식을 듣고 일상의 균열을 느낀다. 정원을 필두로 남편 상우(전석호 분), 동생 소희(정다은 분), 이모(염혜란 분), 이모부(유재명 분) 등 주변인들도 함께 이 사건에 동요한다. 이 과정을 박선주 감독은 느린 호흡으로 섬세하게 다뤘다.


박 감독은 "영화는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느린 호흡을 택한 건 정원이 치유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치유는 한 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원이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주고자 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정원이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마주하는 장면에서 큰 나무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정원은 상처와 나쁜일을 떨치기 위해 마을의 상징인 큰 나무를 밀어낸다.


박선주 감독은 "'비밀의 정원'이란 제목을 정하기 전에 주인공 이름을 정원이라고 지었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과 단단함을 부여하고 싶었다. 나중에 그게 발현이 되서 치유하는 과정으로 넘어가길 바랐다"면서 "그러다보니 물이나 나무 등 자연적인 요소가 영화에 많이 등장했다. 정원의 일상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집 근처를 거닐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 숲이 아닌 큰 나무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전석호는 10년 전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며 괴로워하는 정원을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남편 상우를 연기했다. 전석호는 "이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상우를 함께 만들어갔다"며 "인물을 연기하며 온전히 이해하는 건 힘든 일이다. 소통을 통해 상우가 탄생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다.


박선주 감독은 단편 '미열'을 장편화 하는 과정에서 고충도 있었다고. 박 감독은 "장편으로 찍고 내가 동어반복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고민을 해보니 '미열'은 부부 관계에 대한 영화다. 그러다보니 정원이란 인물이 가진 상처에는 깊이 다가가지 못했다. '비밀의 정원'으로 확장 시킬 땐 정원이 가진 상처를 조금 더 조명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전석호는 "단편과 장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던지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했기 때문에 장편화 하는 길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재명, 염혜란의 캐스팅은 전석호의 친분으로 이뤄졌다. 전석호는 "좋은 배우와 연기하는 것 만큼 행복한게 없다. 다행스럽게도 선배님들께서 함께 해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감독님 역시 그들에게 좋은 역할을 선사해준 것 같다.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박선주 감독은 "이모와 이모부 캐릭터가 잘 잡히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캐스팅을 한 후 시나리오를 많이 고쳤는데 그 과정에서 이모와 이모부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석호는 '비밀의 정원' 관전포인트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니 선한 위로를 받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 감독은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다가서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아픔을 다루고 있지만 치유의 과정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 따뜻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 영화를 보며 앞으로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안고 가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8일 개봉.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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